[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6일 "인류의 건강을 되찾기 위해선 치료제·백신 개발과 보급이 시급하지만 진정한 치유는 코로나19로 두껍게 쌓인 심리적 장벽이 허물어질 때 비로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날 외교부가 tvN과 협업으로 온라인 개최한 '2020 글로벌 혁신을 위한 미래대화' 기조연설에서 '유네스코 세계시민교육 프로그램', '유엔 보건안보 우호국 그룹'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국제협력을 촉구하는 한국의 노력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6일 비대면 방식으로 개최된 '2020 글로벌 혁신을 위한 미래대화'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유튜브 중계화면 갈무리
강 장관은 "엄청난 전파력으로 100만명 넘은 사망자를 낳은 팬데믹은 인류애를 키우는 개방과 연대의 가치에 근본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면서 "많은 국가들이 입국금지 또는 국경폐쇄 조치를 취하고 전세계 여객기 운행량이 평균 90% 감소하는 등 국가간 인적교류가 급감하면서 역세계화 추세를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강 장관은 "나라 안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고 물리적 만남이 어려워지면서 일상적인 연대도 약해져 가고 있다"며 "코로나19는 우리 건강과 일상을 위협하는 것을 넘어서 두려움과 혐오, 차별 바이러스가 돼 마음을 병들게 만드는 점도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어 "한국만 해도 지난 5월 클럽에서 시작된 수도권집단감염으로 성소수자 혐오차별이 표면화돼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켰다"며 "세계 곳곳에선 아시아인 차별과 폭력행위가 이어지면서 인종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고 했다.
강 장관은 "14세기 흑사병, 20세기 초 스페인 독감, 최근 사스와 메르스까지 인류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질병과 싸웠지만 항상 해결책을 찾고 극복해왔다"며 "이번에도 우리는 위기를 극복해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마음을 열고 협력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게 자명하다"며 "서로가 서로를 지킬 때, 내가 감염되지 않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남들을 위해 마스크를 꼭 쓰고 방역을 철저히 할 때 바이러스 전파를 훨씬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강 장관은 "인류의 진정한 연대를 가능케하는 매개로 문화에 주목하고자 한다"며 코로나 위기 속 예술가들의 방구석 콘서트, 무료 공연영상 업로드, 미술관 소장작품 온라인 공개, 가상현실(VR) 기술을 접목한 전시회 등 사례를 소개했다. 강 장관은 그러면서 "이런 공통의 문화적 경험이 사람들 간 교류와 공감을 확대시키고 차별을 극복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며 "이번 포럼이 각 분야 인사들의 지혜와 통찰을 함께 나누며 지친 국민께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6일 비대면 방식으로 개최된 '2020 글로벌 혁신을 위한 미래대화'에서 '총, 균, 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와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유튜브 중계화면 갈무리
이날 행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부대행사 차원으로 준비, 국제사회가 당면한 문화·사회적 현상을 분석하고 문화적 해법을 정부·민간이 함께 모색해 국제사회에 기여하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행사에서는 강 장관이 '총, 균, 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와 화상 대담을 갖기도 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위기 해결을 위한 국가적 리더십을 다룬 최근 저서 '대변동'과 관련해 '코로나19는 전세계적 현상인데 국제사회는 단일정부가 없기 때문에 리더십을 제공하고 의견일치를 달성할 메커니즘이 없다'는 강 장관의 질의에 "어떤 지도자가 필요한지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코로나를 통해 전세계 사람들이 공동행동을 취하고 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효과적인 국제 리더십 구축까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