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일제강점기 동해가 국제표준에 '일본해'로 오르면서 이어진 명칭 논란이 일단락 될 전망이다. 국제수로기구(IHO)가 전 세계 각국이 바다의 이름을 지도에 표기할 때 기준이 되는 표준 해도집 표기를 번호로 바꾸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동해 표기 확산 기반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17일 외교부에 따르면 국제수로기구(IHO)는 전날부터 18일까지 화상으로 진행 중인 총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신 해도지침(S-130)을 개발하는 데 합의했다.
기존 해도지침 '해양과 바다의 경계(S-23)'는 일제강점기이던 1928년 발간한 초판부터 현행 3판에 이르기까지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해왔고, 이는 일본 측이 동해를 일본해로 주장한 근거가 됐다. 이에 한국정부는 1997년부터 '동해' 병기를 주장, 2017년 4월 IHO 총회를 계기로 4판 개정을 두고 사무총장 주도 하에 북·일과 비공식 협의를 진행해왔다.
S-130은 모든 해역에 지명 표기 없이 고유 식별 번호를 부여하는 디지털 방식의 신 해도지침으로, 비공식 협의 결과를 균형 있게 반영한 사무총장 제안으로 상정됐다. 일본 측도 지지했고, 미국과 뉴질랜드 등은 신 표준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겠다며 전적인 지지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제강점기이던 1928년 국제수로국(국제수로기구 전신)이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한 해도집 '해양과 바다의 경계'로 인해 일 측이 누려온 국제표준지위가 사라질 전망이다. 국제수로기구(IHO)는 모든 해역을 고유번호로 표기한 디지털 방식의 새로운 해도지침을 개발키로 했다. 사진은 '불편한 동해와 일본해'(심정보 서원대 교수 저, 영남대 독도연구소 출간) 중. 자료/뉴시스
이재웅 외교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총회 결과에 대해 "일본해를 단독 표기 중인 S-23이 새로운 표준인 S-130으로 이행됨에 따라 일측이 주장하는 일본해 명칭이 표준으로서의 지위가 격하된다"면서 "디지털 시대 전환에 맞춰 동해 표기 확산의 걸림돌이던 S-23을 사실상 제거하고 새로운 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디지털 수로 업무 분야의 선두국으로서 우리나라가 신표준인 S-130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동해 표기 확산의 기반을 확대해 나가려고 한다"면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동해 표기 확산 노력도 민관 합동으로 지속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IHO는 기존 표준인 S-23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역사적 변천을 보여준 출판물로 남길 방침이다. 이에 이날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서는 "IHO가 '일본해'를 표기한 기존 지침은 '유지'하고, 모든 해역을 고유 식별 번호로 표기한 디지털 차트도 새로 만들기로 했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왔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이 부대변인은 "이번 S-23의 미래에 대한 비공식 협의 결과 사무총장 보고서를 통해서 S-23이 '더 이상 유효한 표준이 아니라는 점을 국제수로기구가 공식 확인'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총회가 끝나면 회원국 서면 회람을 거쳐 다음 달 1일쯤 공식 확정될 예정이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