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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하여
입력 : 2020-11-23 오전 6:00:00
전재경 사회자본연구원장
서비스 산업의 근간인 관광업이 전대미문의 세균침공(코로나19) 사태에 당면하여 큰 타격을 입는다. 관광의 지속가능성은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와 함께 전 세계적 과제로 대두되었다. 지난 5월 우리 국가관광전략회의는 안전관광을 표방하였다. 여행객들은 이제 알아서 분산관광을 지향한다. 지속가능관광 중에 생태관광(ecotourism)이 있다.
 
생태관광이 무엇인가에 관하여서는 나라마다 정의가 조금씩 다르다. 우리나라 자연환경보전법은 '생태계가 특히 우수하거나 자연경관이 수려한 지역에서 자연자산의 보전 및 현명한 이용을 통하여 환경의 중요성을 체험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인 관광'을 생태관광으로 정의한다. 여기에서는 생태계와 경관이 주요 관광자산이다.
 
호주생태관광기구는 '자연적 장소를 체험하는데 초점을 맞추면서 환경과 문화의 이해·감상 및 보전을 증진시키는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관광'을 생태관광으로 정의한다. 여기에서는 환경과 문화의 연계를 표방하고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핵심으로 삼는다.
 
일본 에코투어리즘추진법은 '관광여행자가 자연관광자원에 관하여 지식을 가진 자로부터 안내 또는 조언을 받아 해당 자연관광자원의 보호를 배려하면서 해당 자연관광자원과 접촉하고 이에 관한 지식 및 이해를 높이기 위한 활동'을 에코투어리즘으로 정의한다. 여기에서는 생태관광 안내자의 역할이 중시된다.
 
필리핀 관광법시행령은 '자연·문화 유산 속에서 공동체참여, 자연자원, 문화, 토착지식 및 관행, 환경교육 및 윤리의 보호·관리가 이뤄지면서 여행객을 맞이하는 공동체의 경제적 혜택과 방문자들의 만족이 증진되고 추구되는 지속가능관광'을 생태관광으로 정의한다. 공동체의 경제혜택과 방문자 만족이 지속가능관광의 요체이다.
 
이러한 국제적 동향을 감안할 때 생태관광은 자연환경·문화유산 또는 보호구역 등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지역주민이나 전문가의 지원을 받아 생태계와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서비스를 이해·보전하고 누리면서 방문지 공동체와 지역주민들의 지속가능발전에 이바지하는 활동을 추구할 것이 요구된다.
 
하지만 생태관광도 다시 변해야 한다. 종래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책임을 질 줄 아는 여성·청년·주민이 주체가 되어 자연자원을 현명하게 이용하여 적정규모의 내방객들에게 보람을 제공함으로써 일자리를 확보하고 공동체 복지에 이바지한다"는 전통적인 원칙의 준수만으로는 변화된 상황과 삶의 방식에 대처하기에 미흡하여 사계의 중지를 모아 새로운 수익원에 기반을 둔 경영방식의 변화를 도모하고 관광객들에 대한 서비스 방법과 가격원가의 구성을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생태관광 사업은 시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아니하여 사회적 가치나 사회적 경제라는 관점에서 이해하여야 한다. 생태관광기업들이 수익을 올리기를 기대하기보다 사업에 참여하는 지역주민들이 일자리를 얻고 약간의 소득을 올리는 것을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생태관광이 생태적이라는 평가를 받기 위하여서는 '생태'라는 공간적 여건과 '주민참여'라는 인적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
 
생태관광의 공간적 범위를, 예컨대 보호구역으로 확대하려면 보호되어야 할 핵심구역에 대한 실효적인 진입제한과 전문 안내자의 동행과 같은 조건들이 필요하다. 생태관광지를 지속가능하게 관리하기 위하여서는 수용력을 고려하고 이용요금을 징수하는 한편 관리시설과 관리인력 등이 뒤따라야 한다. 공공기관, 민간기업 또는 마을주민 등이 경쟁적으로 생태관광 사업에 참여할 경우, 장소성이라는 관점에서 마을주민들에 대한 우선적 고려가 필요하다.
 
마을 주민들이 생태관광 사업의 주체가 될 경우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공정여행을 추구하는 생태관광은 기획비를 받더라도 대중관광과 달리 수익기반이 약하다. 기업경영 능력과 함께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개발되어야 한다. 생태관광 업계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은 무작위(추첨)나 한시성을 지양하고 사계가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체계성과 지속성을 갖추어야 한다.
 
생태관광을 활성화시키기 위하여서는 생태관광지를 확대하고 마을이나 사업자들에 대한 유인책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역 생태관광을 진작시키기 위하여서는 정부의 공공역무(public service)를 대행할 수 있는 중간관리기구가 필요하다. 중간관리기구가 자생적인 이익단체들과 차별화되기 위하여서는 유인책과 함께 인적역량이 보강되어야 한다.
 
생태관광사(가칭)와 같은 전문직종의 출현도 필요하다. 항간에는 새로운 직종의 출현이 현재 활동중인 자연환경해설사, 문화유산해설사 또는 사회환경교육사와 같은 기존 인력들의 직역과 겹치기 때문에 반대하는 입장도 있다. 직역간의 마찰은 의료나 약사 또는 안마나 침·뜸과 같은 서비스업계에서 자주 목격된다. 기존 인력들을 그대로 전직시키는 조치는 서비스의 품질을 저하시킨다. 중용의 묘가 아쉽다.
 
전재경 사회자본연구원장(doctorchun@naver.com)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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