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규모가 누적되면서 은행권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이자상환 유예 조치로 인해 대출 부실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워 건전성 관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이자유예 규모는 지난달 말까지 3486건, 395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이자상환을 유예한 대출 원금이 이자액의 30~50배에 달하면서 5대 은행의 이자유예 대출 규모는 2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한 시중은행은 유예된 이자액이 63억원에 불과하지만 해당 대출은 3500억원에 달했다.
더구나 이자유예 규모는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당국은 지난 8월 코로나 장기화에 대비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유예 조치를 내년 3월까지 연장했다. 당시 5대 은행의 이자유예 규모는 308억원으로, 10월까지 두 달 새 28%가 늘어난 셈이다. 만기연장 규모도 증가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시중은행 대출 만기 연장은 지난 8월 51조3180억원(17만8168건)에서 이달 6일 기준 71조9000억원(25만2000건) 규모로 확대됐다.
이로 인해 연체율은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 9월 0.37%로 전월 0.47% 대비 0.09%포인트 하락했다. 이 중 중소기업 연체율은 같은 기간 0.11%포인트 떨어져 0.40%였다. 가계대출을 포함한 은행권 연체율도 0.3% 수준으로, 전월보다 0.07%포인트 내려갔다. 이는 지난 2007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그러나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유예 등의 금융지원책이 연체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며 "은행 입장에서 코로나 여파로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은 기업들에 대해 이자상환 추이를 살피면서 대출 관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금융지원 기간이 끝난 이후 건전성 관리가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상 이자상환 유예 규모가 누적되면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