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50인 이상 결혼식이 금지된다는데, 회사 구내식당에 가보면 100명이 넘는 직원들이 한공간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결혼식을 강행하면 190명의 식사비용이 날아가는데 1000만원이 넘는 돈이다.”
27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예비신랑 31세 박모씨는 심란하기만 하다. 결혼식을 3주 앞둔 시점에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거리두기 2단계 격상 당시 300명의 식수보증인원을 240명으로 20%줄인 박씨는 결혼식장으로부터 추가 인원감축은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신혼부부들은 결혼식장을 예약할 때 최소한의 식수인원지불을 보증한다. 최소 식수인원보증을 200명으로 계약할 경우 신혼부부는 실제 몇명이 식사를 하든 200명의 식사비용을 모두 치러야 한다.
거리두기 단계 격상에도 불구, 신혼부부들은 초대하지 못한 하객들의 식비 수백, 수천만원을 지불해야하는 셈이다.
서울의 한 예식장에서 하객이 거리를 두어 앉아 식을 지켜보고 있다.
정부는 2.5단계 격상을 예고하며,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우려해 50명 미만 모임도 가급적 취소·연기해 줄 것을 당부했으나 결혼식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결혼식 외에 메이크업, 스냅사진, 드레스 업체와의 계약도 취소해야하는데다, 수많은 예비신혼부부들이 이미 수차례 결혼식을 미룬 상태라 피로감도 크다.
박씨는 “당초 지난 8월에 결혼식을 계획했으나 거리두기 2단계 격상으로 한차례 결혼식을 미룬 것인데, 지금은 2단계라도 되는 것이 소원이다”며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결혼식을 또 미루면 스트레스가 나날이 더 심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예비신혼부부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그냥 결혼을 하지 말라고 통보하는 거랑 뭐가 다릅니까’라는 글이 게시됐으며, 결혼준비 카페들을 중심으로 ‘부당한 보증인원 계약을 불이행하자’거나 ‘식수보증인원을 정부가 강제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온라인 결혼준비 카페의 예비신혼부부는 “신랑신부의 귀책 없이 정부지침으로 서비스 인원이 줄었는데 초대하지 못한 하객에 대한 식비를 신혼부부가 일방적으로 지불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신혼부부들은 수천만원의 피해를 보지만 예식장은 식재료, 인건비 등을 절약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피해는 소비자만 보고 있다. 정부가 식수보증인원을 50명으로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으로 결혼식 등 예식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면 예식장 위약금을 면책·감경받을 수 있도록 위약금 분쟁해결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분쟁해결기준은 권고 수준으로 법적 강제력은 없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