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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론 택한 법관들…'추-윤' 누구 손도 들어주지 않았다
'유감 표명' 수정안 3개 모두 부결…"어떤 논의·결론도 정치적 이용 안돼"
입력 : 2020-12-07 오후 7:38:5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7일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핵심 징계혐의인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 이른바 '재판부 사찰 문건'에 대한 의견을 밝힌 것은 '피해자격'인 법관들의 공식 입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법관대표들은 이 안건 논의에 앞서 각급 일선법원 법관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법관대표들이 신중론으로 최종 의견을 모은 것은 법관들이 정치적으로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대의에 뜻을 같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만큼 이번 징계청구 사태가 법관들 사이에서는 정치적 사건으로 이해되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7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하반기 정기회의에 참석한 법관들이 안건을 논의하고 있다. 이날 법관대표회의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법관대표들 중 일부만 사법연수원 회의에 참석하고 나머지 법관대표들은 온라인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사진/전국법관대표회의
 
법관대표회의 관계자는 "검찰의 법관 정보 수집 및 보고가 법관의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을 침해할 수 있으므로 지양되어야 한다는 등 3~4개의 수정안이 제시되었으나 모두 부결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 관련 행정소송이 계속 중인 점, 대표회의가 의견을 낼 경우 관련 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점, 정치적 이용가능성 등을 근거로 제시된 수정안이 모두 부결됐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회의와 관련된 어떠한 논의와 결론도 정치적으로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부각됐다"고 강조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혐의로 지난 24일 '재판부 사찰 문건'을 지적한 것은 종전에는 없던 새로운 혐의였다. 이 때문에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을 하지도 않은 채 무리하게 징계혐의 대상으로 지목했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7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하반기 정기회의에 참석한 법관들이 안건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전국법관대표회의
 
이 문건을 올해 2월 작성 보고한 성상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의정부지검 고양지청 형사2부장)은 지난 11월25일 "법무부를 비롯한 어느 누구도 작성 책임자인 저에게 이 문건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거나 문의한 사실이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이 징계혐의에 대한 감찰을 직접 담당한 이정화 법무부 감찰담당관실 검사가 지난 29일 검찰 내부 온라인 게시 판인 '이프로스'에 윤 총장이나 성 부장 등에 대한 적법한 감찰 조사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한 자신의 의견을 박은정 감찰담당관이 묵살했다고 폭로했다. 
 
결국 지난 1일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대상자에 대한 징계 청구 사유 미고지와 소명 기회 미부여 등 절차의 중대한 흠결로 인해 징계 청구, 직무 배제, 수사 의뢰 처분은 부적정하다"고 결론 냈다. 
 
그러나 법원 내부에서는 위법성이 짙은 사찰이라는 지적과 부적절하지만 형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사안은 아니라는 의견이 엇갈리면서 논란이 서서히 가열됐다.  
 
7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하반기 정기회의에 참석한 법관들이 안건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전국법관대표회의
 
해당 문건에 대한 위법성을 처음 지적한 장창국 제주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11월27일 법원 내부게시판인 '코트넷'을 통해 "판사님 중에 여러분의 신상 정보를 수집하는 것에 동의하신 분이 계시냐"며 "여러분의 동의가 없었다면 검찰이 여러분 몰래 여러분의 정보를 수집한 것 즉 뒷조사"라고 지적했다. 
 
김성훈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역시 지난 4일 코트넷에 "공소유지와 관련 없는, 때로는 공개되지 않는 개인정보까지 수사기관이 수집하면 피고인과의 당사자 대응 원칙이 훼손된다"면서 "이것이 법관 개인에 대한 공격의 빌미가 되면 법관의 중립성·공정성이란 가치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코트넷'에 공개적 의견을 내지 않은 법관들 중에는 반대 의견도 없지 않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전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수사기관이 특정 재판부의 정보를 수집·가공·보관하는 것은 분명 부적절하다"면서 "하지만, 이를 과거 안보사나 국정농단 사태 당시 문제됐던 이른바 '사찰'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7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 하반기 정기회의에 참석한 법관들이 안건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전국법관대표회의
 
그러나 법관대표회의가 이날 공식적 유감 표명 내지는 대응을 자제하겠다는 의견을 공식 발표하면서 논란은 일단락 된 것으로 보인다. 결과를 지켜본 추 장관이나 윤 총장 모두 당장 오는 10일 예정된 검사징계심의위원회에서의 득실을 따질 수 없게 됐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지난번 집행정지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아니라 할지라도 법관대표회의는 법관들을 대표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윤 총장이나 법무부 모두 서로의 주장을 반박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징계처분 이후 윤 총장이 계획 중인 징계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과 본안소송인 징계처분 무효 또는 취소소송을 맡을 재판부도 부담을 덜었다. 또 다른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법관대표들이 신중론을 채택하고 입을 다문 것은 결국 향후 재판에 대한 고려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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