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술 접대를 받은 검사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봉현 전 회장 자신도 같은 혐의가 적용돼 함께 기소됐다.
서울남부지검 검사 향응·수수 사건 전담팀(팀장 김락현 형사6부장검사)은 A검사와 김 전 회장, 이모 변호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검찰은 A검사와 함께 접대를 받은 검사 2명에 대해서는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아 기소하지 않았지만, 감찰 관련 조처를 할 예정이다.
A검사는 지난해 7월18일 오후 9시30분쯤부터 다음 날 오후 1시쯤까지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유흥주점에서 김 전 회장과 이 변호사로부터 100만원을 초과한 술과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회장 등은 A검사에게 100만원을 초과한 술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술자리의 총비용은 536만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A검사가 서울남부지검 라임 수사팀에 합류한 점을 들어 뇌물 혐의도 검토했으나, 해당 수사팀은 올해 2월 초 구성돼 술자리와의 직무 관련성,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려워 적용하지 않았다.
또 나머지 검사 2명에 대해서는 당일 오후 11시쯤 이전에 귀가해 그 이후의 향응 수수액을 제외하고, 총 536만원에서 밴드 비용과 유흥접객원 추가 비용 등 55만원을 제외하고 나눈 향응 수수액이 각각 100만원 미만으로 판단해 기소하지 않았다. 지난 7일 열린 서울남부지검 시민위원회 회의에서도 이와 같은 판단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김 전 회장은 "자신은 접대자에 불과해 검사 3명과 이 변호사 총 4명으로 술값을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장시간 술자리에 동석한 점, 동석한 경위와 목적 등에 비춰 향응을 함께 향유한 사람에 해당해 향응 수수액 산정에서 안분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지었다.
앞서 김 전 회장은 지난 10월16일 '사건 개요 정리'란 제목의 옥중 편지에서 "지난 2019년 7월쯤 검사 3명에게 1000만원 상당의 술 접대를 했다"며 "검사 중 1명이 얼마 후 라임 수사팀에 합류했다"고 폭로했다.
법무부는 이러한 의혹이 알려진 당일부터 사흘 동안 김 전 회장을 면담하고, 관련자 조사 등을 진행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그달 19일 해당 의혹 사건에 대해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그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조치하란 내용의 수사 지휘를 내렸다. 서울남부지검은 수사 지휘 다음 날 팀장인 김락현 형사6부장검사를 포함한 총 5명으로 전담팀을 구성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술 접대 외에 옥중 편지로 제기한 여러 의혹에 대해 일부는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고, 일부는 계속해서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김 전 회장은 "이 변호사가 자신에게 '강기정 등 여권 정치인을 잡아주면 보석으로 재판받게 해주고, 협조하지 않으면 공소 금액을 키워 구형을 20년~30년 받게 하겠다'고 회유·협박하고, 담당 검사가 자신에게 '협조하면 보석으로 나가게 해주고, 협조하지 않으면 만기 보석도 못 하게 할 것'이라고 회유·협박했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의혹 조사 과정에서 "위와 같은 회유·협박은 이 변호사로부터 들었던 이야기이고, 수사팀으로부터 직접 들은 것은 아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 변호사, 수사 검사, 김 전 회장의 당시 변호인들을 조사한 결과 김 전 회장은 이 변호사를 접견하기 전에 이미 다른 변호인들과 '정관계 로비에 대해 진술해 수사에 협조하고, 검찰이 일괄 기소하면 만기 보석으로 석방되는 전략'을 수립한 사실이 인정되고, 달리 의혹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은 "정관계 로비 수사와 관련해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면담-보고-진술 유도-조서 작성 순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중요 참고인을 부르거나 통화를 시켜 자신과 말을 맞출 시간을 주고 검사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술을 유도했다"면서 짜 맞추기 수사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김 전 회장은 변호인이 거의 대부분 참여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고, 참여 변호인들도 수사 절차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한 사실이 없다"면서 "김 전 회장의 정관계 로비 사건은 현재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올해 6월 초 서울남부지검 담당 검사에게 '라임자산운용 전 부사장이 야당 유력 정치인이자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에게 2억원을 지급하고, 그 변호사를 통해 우리은행 행장과 부행장에게 로비했다'고 제보했는데도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아닌 제3자로부터 사전에 해당 의혹을 이미 제보받아 수사에 착수했고,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의 정치권 로비 관련 사건은 현재 수사 중"이라며 "김 전 회장이 제기한 전·현직 검찰 수사관 관련 비위 의혹과 전관 변호사를 통한 사건 무마 의혹 등은 엄정하게 계속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여객의 회사 자금 241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의 핵심 인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지난 4월26일 오후 경기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