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한때 ‘드라마 왕국’이라고 불렸던 MBC 드라마가 올해도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과거 MBC 미니 시리즈가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면 현재는 그 자리를 내어준 지 오래다. 더구나 올해의 경우 MBC가 내놓은 미니 시리즈 중 10%의 시청률을 넘은 드라마가 단 한 작품도 나오지 않았다.
퐁당퐁당 월화 드라마
MBC는 2019년 9월 ‘웰컴2라이프’를 끝으로 월화 드라마 제작을 중단했다. 그리고 올해 3월 MBC는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을 통해 월화극 부활을 선언했다. ‘365’는 이준혁, 남지현, 김지수를 앞세운 판타지,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다. 동시간대 tvN 드라마 ‘반의 반’ JTBC 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가 방송됐다. 대진운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365’는 최고 시청률 5.1%에 그쳤다. 최저 시청률은 3.5%를 기록했다. 이어 방송된 ‘저녁 같이 드실래요’는 송승헌이 출연 하면서 2020년 상반기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송승헌이 출연했음에도 최고 6.1%의 시청률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마저도 첫 방송 시청률로 이후 하락세를 거듭한 시청률은 최저 시청률 2.3%까지 하락했다. 그나마 마지막 방송이 4%대 시청률을 회복했다. ‘저녁 같이 드실래요’로 타격을 받은 MBC는 다시 월화극 제작을 중단했다. ‘저녁 같이 드실래요’ 종영 3개월 만인 10월26일 새 월화 드라마 ‘카이로스’를 내놓았다. 하지만 ‘카이로스’ 역시도 최고 시청률 3.8%, 최저 시청률 2.6%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트로트 때문에 울상
월화극을 과감히 폐지한 MBC는 수목극에 집중하는 모양새였다. 월화극이 올해 3편 밖에 나오지 않은 것에 비해 수목극은 총 7개를 선보였다. 더구나 다양한 시도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려고 했다.
MBC는 ‘더 게임: 0시를 향하여’를 시작으로 올해 수목극의 포문을 열었다. 하지만 ‘더 게임’은 최고 시청률 4.6%, 최저 시청률 2.5%를 기록했다. 이어 방송된 ‘그 남자의 기억법’은 전작 보다 조금 나은 최고 시청률 5.4%를 기록했다. 시청률이 저조하긴 했지만 이정훈 역의 김동욱과 여하진 역의 문가영이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유의미한 화제성을 기록했다.
하지만 수목극에 암운이 드리운 시기도 하다. TV조선이 ‘미스터트롯’의 인기를 앞세워 론칭한 ‘사랑의 콜센타’ ‘뽕숭아학당’이 수목극 방송 시간대와 겹쳤기 때문. 가득이나 트로트 열풍으로 돌리는 채널마다 ‘미스터트롯’ 멤버들이 출연하는 와중에 이들을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이 등장하자 수목극의 시청률이 급격하게 하락했다.
박해진을 앞세운 ‘꼰대인턴’의 경우 그나마 선전한 경우다. TV조선 ‘사랑의 콜센타’가 20%대 시청률, ‘뽕숭아학당’이 10%대 시청률을 기록하는 와중에 ‘꼰대인턴’은 최고 시청률 7.1%를 기록하며 나름 선방을 했다. 그리고 또 다른 변화는 미니시리즈 방송 시간대가 밤 10시라는 고정관념이 깨진 것이다. 트로트 열풍을 피해 미니시리즈 시간대가 밤 9시30분, 혹은 밤 9시 대로 편성이 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45분이라는 애매한 시간대에도 편성되기도 했다.
또 다른 변화라면 편 수가 줄어들었다. MBC는 ‘꼰대인턴’ 이후 4부작 ‘미쓰리는 알고 있다’ 8부작 ‘십시일반’을 편성했다. 통상 미니시리즈는 통상적으로 편당 100억 원을 웃도는 제작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시청률이 하락하고 광고가 위축되면서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 이를 위해 지상파는 중간광고를 요구했으며 편 쪼개기라는 방식으로 유사 중간광고를 해왔다. MBC는 이러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적게 드는 대신 완성도를 높이는 중, 단편 드라마 편성을 시도했다. 이러한 시도에도 MBC 드라마의 저조한 시청률은 계속 됐다.
설 자리 잃어가는 쇠퇴한 드라마 왕국
계속되는 드라마 왕국의 몰락은 결국 제작사, 작가, 배우가 MBC 드라마를 외면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MBC 드라마의 몰락은 내부에서부터 시작됐다. ‘골든 타임’의 이윤정 PD, ‘돈꽃’ 김희원PD, ‘검법남녀’ 노도철 PD 등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던 작품을 연출한 PD들이 MBC 퇴사가 이어지고 있다. 결국 드라마 PD의 이탈은 MBC 드라마 노하우가 소실되는 셈. 그러다 보니 제작사도 리스크를 안고 가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드라마의 성공 여부가 차기작 선택에 중요한 역할이 되는 배우 역시도 불확실성에 자신을 투신하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MBC가 선택할 수 있는 캐스팅 보드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반면 지상파에서 이탈한 드라마 PD를 흡수한 tvN, OCN, JTBC 등 종합편성채널, 케이블 채널 등은 필모그래피를 바탕으로 배우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드라마 PD 라인업을 내세워 좀더 폭 넓은 캐스팅 보드의 선택지가 주어지는 것이다. 드라마 왕국의 쇠퇴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MBC 드라마. 사진/MBC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