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전임자인 조국 전 장관처럼 검찰 개혁을 위한 주요 단계의 결정적인 순간에서 사의를 표명했다. 추 장관은 자신을 "조각"으로, 조 전 장관은 자진을 "불쏘시개"로 표현했다.
17일 청와대에 따르면 추 장관은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 징계위원회 의결 결과를 대면보고하는 자리에서 정직 2개월을 제청한 후 자진해서 사의를 밝혔다.
하지만 대면보고 전 공수처법 개정안 등 이른바 '권력기관 개혁 3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과 관련한 합동브리핑에서 그동안의 검찰 개혁 성과와 앞으로의 의지를 밝혔고, 이 때문에 추 장관의 사의 표명은 전격적인 행보로 받아들여졌다.
추 장관은 브리핑에서 "2021년 1월1일 우리는 형사사법 패러다임의 역사적인 대전환을 앞두고 있다"며 "그간 법무부는 수사권 개혁 법령 개정과 이를 구체화한 하위법령 개정에 매진해 검찰 개혁의 구체적 성과를 입법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인 법무부 장관으로서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검찰 개혁의 소명을 완수하고, 검찰이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정한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도 밝혔다.
이와 관련해 브리핑 하루 전인 지난 15일 공수처의 출범 사항을 정비한 공수처법 일부개정법률 공포안, 경찰 조직 개편을 위한 경찰법 전부개정법률 공포안, 국정원의 업무 범위 개편을 위한 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법률 공포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앞서 수사권 개혁을 위한 개정 형사소송법, 검찰청법의 시행을 위한 3대 대통령령 제정안이 지난 9월29일 국무회의를 통과했으며, 이들 개정 형사소송법, 검찰청법은 모두 내년 1월1일 시행될 예정이다.
추 장관은 이러한 개혁 법안이 통과돼 시행을 앞두고 있고,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의결 절차가 마무리되자 사임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은 같은 날 자신의 SNS에 "모든 것을 바친다 했는데도 아직도 조각으로 남아 있다"며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공명정대한 세상을 향한 꿈이었다"는 글을 남겼다. 또 "조각도 온전함과 일체로 여전히 함께하고 있다"며 "하얗게 밤을 지새운 국민 여러분께 바친다"고도 했다.
앞서 조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14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 역시 같은 날 검찰 개혁에 관한 브리핑을 직접 진행한 직후의 전격적인 사의 표명이었다.
당시 브리핑에서는 특별수사부 명칭 폐지와 축소에 관한 검찰 직제 개정, 인권보호 수사 규칙 제정안, 법무부의 감찰 실질화 방안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다뤄졌고, 이 중 특수부 관련 내용을 담은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은 다음 날 국무회의에 상정됐다. 이에 따라 지난 1973년 대검찰청에 특별수사부가 설치된 후 사용된 명칭은 현재의 반부패수사부로 변경됐고, 변경된 반부패수사부도 서울중앙지검, 대구지검, 광주지검 등 3개 청에만 남아 검찰의 직접 수사가 대폭 축소됐다.
조 전 장관은 사의를 밝힌 입장문에서 "제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 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검찰 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하다.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 개혁 제도화가 궤도에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가야 할 길이 멀다"며 "이제 저보다 더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해 줄 후임자에게 바통을 넘기고 마무리를 부탁드리고자 한다"고 당부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17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취재진이 추미애 장관의 출근 취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날 추 장관은 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