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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내년엔 종목보다 자산관리에 무게를
입력 : 2020-12-22 오전 6:00:00
해마다 12월에는 이듬해 증시를 언급하는 기사를 썼다. 확인해 보니 2018년엔 ‘롱에 걸겠다’고 칼럼을 썼는데 지난해는 거른 모양이다. 또렷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도 올해 증시가 불안했거나 예측이 어려웠을 것이다. 
 
그 불안감이 코로나19 같은 블랙스완일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지만 그렇게 실체를 드러냈다. 하지만 웬걸, 블랙스완이 출현했는데도 오히려 증시는 장대 양봉을 그려냈다. 역시 주식시장은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다. 
 
올해 마지막 칼럼엔 뭐라고 써야 할까, 몇날 며칠을 생각해 봤다. 이번엔 롱이냐 숏이냐 선택하기보다는 ‘종목보다 자산관리’로 톤다운 해야겠다. 
 
요즘 투자자들 중엔 주 단위, 월 단위로 주가를 기록하는 주봉과 월봉 차트를 활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시시각각 뛰어오르는 종목 잡기도 바쁜 시절에 긴 호흡으로 분석하는 투자법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주봉, 월봉이 그런데 하물며 연봉은? 연 단위 주가를 체크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기자도 오랜만에 코스피 연봉 차트를 들여다봤다. 2020년 밑에 긴 꼬리를 단 빨간 장대 양봉을 보자니 실로 가슴이 웅장해지는 것이다. 
 
지금까지 올해 코스피 상승률은 36%를 달리고 있다. 막대 길이만 보자면 단연 올해 것이 가장 길어 보인다. 하지만 올해보다 짧은 막대를 그린 2009년엔 62% 올랐고, 2005년엔 50%, 2001년 52%, 또 훨씬 짧은 양봉을 그린 1999년에는 무려 0.05%포인트 모자란 80%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런데 이렇게 눈부신 상승을 이룬 해가 2년 연속으로 반복된 해는 1993~1994년, 1999~2000년, 2009~2010년밖에 없다. 
 
올해는 지난해 15% 오른 데 이어 2년 연속 상승을 기록한 해였다. 만약 내년에도 오른다면 3년 연속이 된다. 3년 연속 상승한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속으로 상승한 기간 중에는 상승률이 낮은 한 해가 끼어 있다. 사실 3년 연속 상승보다는 1년, 2년 상승 후 하락 전환한 적이 더 많았다.  
 
과거에 그랬다고 미래에도 그럴 거라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보면 설득력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증시가 3년 연속 강하게 오르기 어려운 이유는 주가가 경제 성장을 선반영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선반영한 기대감만큼 실물경제가 뒤따라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상승랠리에 따른 피로감도 한몫 거든다. 
 
올해 글로벌 경제가 좋아서 주가가 이만큼 올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내년 코로나19가 잡힌 이후의 경제회복을 끌어다 올해 주가에 선반영한 셈이다. 내년에 기대한 만큼 경제가 회복한다면 지금의 주가는 타당한 수준이다. 단 경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주가는 하락할 것이고, 이듬해인 2022년 전망이 내년보다 못해도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그래서 주식을 팔라고? 인버스 ETF 사라고? 아니다. 올해 ‘물 반 고기 반’ 시장에서 주가가 오를 종목 찾는 데 온신경을 집중했다면 내년엔 전체 자산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의미다. 
 
한 해에 주식 평가액을 몇 배씩 불리는 투자자들은 꽤 있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가 그 자산을 10년 이상 꾸준히 불리거나 유지하지 못하고 중간에 탈락하는 것은 자산관리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10년, 20년 살아남은 슈퍼개미가 소수에 그치는 이유다. 
 
많이 오를 종목 찾는 데 들인 시간의 절반을 자산관리에 할애하자. 100% 곱하기 500% 곱하기 1000% 곱하기 0은 0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김창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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