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여성 부하 직원의 손등을 자신의 손가락을 문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해군 소령에 대해 1심과 2심은 무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추행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 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에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며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강제추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해 2월 해군 인천해역방어사령부 사무실에서 업무 보고를 위해 온 B씨에게 "이게 뭐냐"고 말하면서 약 10초간 양손으로 B씨의 왼손을 잡고, 양 엄지손가락으로 B씨의 왼손 손등 부분을 문지르는 등 업무상 위력으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과 2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일반적·평균적인 사람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 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정도에까지 이르렀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며 "피고인에게 추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에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은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다퉜으나, 원심은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봐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양 엄지손가락으로 피해자의 왼손 손등 부분을 10초가량 문지른 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했다"며 "또한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피해자의 업무상 지휘·감독자로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위력을 행사해 위와 같은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손등을 양손으로 잡고 양 엄지손가락으로 문지르는 방법으로 피해자의 신체를 접촉한 경위와 태양, 그 시간이 10초가량 지속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 판단과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단지 그림을 지우란 의미에서 한 행동으로 보기는 어렵고, 성적인 동기가 내포된 행동으로 추행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는 여성 부하직원이고, 피고인은 35세의 남성으로 피해자의 업무상 지휘·감독자였던 점, 피해자는 원심에서 '이 사건 이전에 피고인의 성희롱적 언동 등이 많아 힘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유형력의 행사에 해당하고, 일반인에게도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할 수 있는 추행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피고인이 접촉한 피해자의 특정 신체 부위만을 기준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지 여부가 구별되는 것은 아니고, 피고인이 추가적인 성적 언동이나 행동으로 나아가야만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 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 혐의로 기소된 해군 소령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에 돌려보냈다. 사진은 대법원 전경. 사진/대법원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