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코로나 사태에도 4대그룹 주력 계열사는 대부분 풍족한 곳간을 유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호실적을 바탕으로 배당여력을 크게 확충한 것이 두드러진다. 최근 로봇 회사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 투자 전략에 나선 현대자동차만 곳간이 줄어드는 부담을 무릅쓰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및 화학업종의 호황이 4분기까지 이어져 연중 실적이 좋았던 이들 업계의 연간 실적도 기대된다. 4대 그룹 주력 계열사 중 시가총액 10위권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이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국가 봉쇄 등 이동 제한으로 수요 타격을 입은 현대자동차를 제외하고 이들 업체는 되레 코로나발 반사이익을 누렸다. 언택트 소비로 인해 IT제품 및 그 중간재 수요가 폭증한 것이다.
그 사이 각사는 호실적과 더불어 보유 현금을 늘렸다. 삼성전자의 배당여력이 되는 잉여현금흐름은 3분기말 5조8000억여원으로 집계된다. 전년 동기간 4조2000억여원보다 1조6000억여원이나 많다. 삼성전자는 실적이 좋아 현금 유입이 커졌으며 이에 투자지출을 늘렸음에도 잉여현금이 늘어났다. 4분기에도 이런 기조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상속세 문제로 배당을 확대할 것이 예상되며 일각에선 특별배당 가능성도 제기한다. 다만 당사 내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지 않아 직접 배당액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 모회사인 삼성물산이 관계사 배당 수익 60~70%를 재배당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넉넉한 잉여현금흐름과 함께 배당 확대 요인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삼성전자가 내년 D램 투자에 보수적인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추후 지출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SK하이닉스의 잉여현금흐름도 전년 3분기 말 -4조1000억여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 2000억여원까지 개선됐다. 수입이 대폭 늘어난 가운데 투자지출은 전년 수준을 유지한 결과다. SK하이닉스는 다만 인텔의 반도체 낸드플래시 부문을 인수하기로 해 현금흐름은 반전될 수 있다.
LG화학도 같은 기간 -3조3000억여원에서 1000억여원으로 플러스 전환됐다. LG화학은 수입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투자는 다소 줄이는 선택으로 현금을 늘렸다. 이 회사는 배당여력이 늘어난 것과 관련해 배터리 사업 분사에 따른 소액주주 반발을 달래고자 배당 확대를 약속한 바 있다.
이들과 달리 현대자동차는 코로나 이동 제한 등 자동차 업종 타격으로 비교적 힘든 한해를 보냈다. 그 속에도 당사 실적은 선방해 3분기 말 현금 유입이 전년 대비 늘어났다. 다만 전기차와 수소차 등 패러다임 전환 시기를 맞아 투자지출을 늘린 게 재무적 부담이 됐다. 현대차의 잉여현금흐름은 3분기말 -3조6000억여원이나 됐다. 전년 동기 -2조원 정도에서 더욱 과감한 투자 전략을 택한 결과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