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생로병사’.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받아야 할 네 가지 고통이다. 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음에 이르는 길. 어떤 사람이라도 피할 수 없다. 더구나 ‘죽음’ 이후에 대해 누구도 알 수 없기에 막연히 갖게 되는 공포가 자리잡고 있다. 그렇기에 죽음에 대한 다양한 고찰을 예술로 승화시킨다. ‘굿바이’는 인간의 삶과 공존하는 죽음의 의미를 편안하고 담담하게 전한다. 역설적이게도 죽음을 통해 삶을 돌아보게 한다.
도쿄에서 첼리스트로 활동한 다이고(모토키 마사히로 분)는 거액의 대출을 받아 첼로를 장만 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악단이 해체되면서 첼로를 팔고 아내 미카(히로스에 료코 분)와 함께 고향 야마가타로 돌아간다. 졸지에 백수가 된 다이고는 우연히 신문에서 여행사 구인 광고를 보고 지원을 하고 바로 합격을 한다. 여행사인 줄 알았던 곳은 인생의 마지막 여행인 죽음을 배웅하는 장례지도사였다.
사장 이쿠에이(야마자키 츠토무 분)를 따라 고인을 배웅하는 일을 배우는 다이고는 유가족의 구박과 무시를 당한다. 하지만 생계를 책임 지기 위해 마지 못해 일을 이어간다. 하지만 그런 다이고는 인생의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이들을 배웅하면서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고인에게 마지막 온기를 불어 넣는 장례 지도 일에 사명감을 갖기 시작한다.
“죽음은 문이다. 끝이 아니라 죽음이라는 문을 통과해 다음 세상으로 연결되는 것”이라는 화장업자의 말처럼 영화는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고 다루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죽음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무조건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다. 때로는 아버지의 볼에 입술 자국을 남기며 웃으며 고생했다는 유족의 모습, 생전 여고생이 신는 양말을 신고 싶어 했다면서 할머니에게 여고생이 신는 양말을 신기는 손녀의 모습 등 죽음을 보여주면서 잔잔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장면이 더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뿐만 아니라 장례업에 대한 편견을 돌아보게 한다. 무연고 시신을 수습한 다이고가 버스를 타고 가자 냄새가 난다는 여고생의 모습, 5분 늦게 도착한 이쿠에이와 다이고에게 죽음을 팔아 먹고 사는 이들이라고 막말을 하는 유족. 심지어 아내 미카마저 다이고에게 일을 그만둬 달라고 부탁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비난하는 이들조차도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정성스레 배웅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존경심을 드러낸다. 다이고와 같은 직업을 가진 이들에 대한 편견을 가진 관객 역시도 자신의 편견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끼게 만든다.
‘굿바이’는 제81회 아카데미 외국어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2008년 국내 처음 개봉된 이후 세 번째 국내 재개봉 된다. 조금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영상미라 하더라도 오히려 이러한 분위기가 죽음을 담담히 배웅하는 다이고의 모습을 더욱 인상 깊게 만든다. 영화는 31일 개봉.
영화 굿바이 스틸. 사진/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