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연말 연초 내놓은 지수나 종목 목표가가 조기에 달성하면서 어떤 예상을 하기 힘든 단계입니다. 공매도 논란까지 불거지는 마당에 매도 의견을 내기가 더욱 조심스럽습니다."
최근 공매도 재개 관련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면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증시가 과열 구간에 진입한 마당에 섣불리 매도의견을 냈다가 투자자들의 민원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공매도 금지 기간임에 불구하고 주가 하락을 유도한다는 음모론까지 불거질 수 있어 보수적인 투자 의견을 내기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코스피가 급등하면서 실제 주가와 목표가 사이의 괴리율이 커지는 가운데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선 목표가를 조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토로가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증권사 목표가에 민감한 탓도 있지만 증권사 리포트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불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목표가 하향 리포트가 나올 때마다 항상 나오는 주장이 있다. 바로 '공매도 음모론'이다. 해당 종목의 공매도에 베팅한 증권사가 차익 실현을 위해 주가 하락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오는 3월15일가지 공매도가 한시적으로 금지된 상황에서도 이런 주장은 어김없이 제기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장중 혹은 장 종료 후 이 증권사를 통한 특정 종목의 순매도 수량이 많다는 이유로 불법 공매도 의심을 받아야 했다. 신한금융투자는 해당 종목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지만,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오르는 곤욕을 치뤄야 했다.
공매도 불신 논란은 증권사가 자초한 면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사 리포트의 객관성과 신뢰성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국내 증권사가 낸 리포트 7만8000여건 중 매도 의견을 낸 리포트는 55건으로 0.07%에 불과했다. 사실상 리포트들이 매수 의견만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선행매매 관련 불법 행위도 매년 발생하고 있다. 선행매매란 증권사가 리포트를 배포하기 이전에 관련 주식을 매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지난 2019년 A증권사 리서치센터 소속 애널리스트가 불법이득 취득 등의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지난해에는 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와 투자상담사 등이 선행매매 등을 통한 불공정거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의 이정문 의원은 최근 증권사 리포트와 관련한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발의한 상태다. 일부 증권사들이 보유 주식에 대해 매수 의견 리포트를 낸 이후 매도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다.
개정안은 투자매매업자 또는 투자중개업자가 불건전 거래행위로 부당한 이익을 취득한 경우 기존 벌칙·과태료 외에 최대 10배까지 과징금을 함께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 리포트의 경우 애널리스트가 기업 분석만으로 매도 의견을 내기는 힘들다"며 "회사 내부의 지침뿐 아니라 해당 기업과 외부 압력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직접적으로 매도 의견을 내지 않지만, 목표주가를 조정하거나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하는 방식으로 시그널을 준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뉴시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