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의혹 당시 블랙박스 영상과 관련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당 영상을 보고도 무마하려 했다는 담당 수사관이 대기발령된 것에 이어 이용구 차관 자신도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수사받을 것으로 보인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는 25일 대검찰청 홈페이지를 통해 이 차관을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고발했다.
이 단체는 고발장에서 "당시 폭행 장면이 담긴 택시 블랙박스 영상은 특정범죄가중법상 폭행죄 적용에 있어 핵심 증거"라면서 "이 차관이 피해자에게 '영상을 지우는 게 어떻겠냐'고 말한 것은 명백히 증거인멸을 교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도 지난 24일 이 차관에 대해 증거인멸교사 혐의가 성립하는지를 검토해 달라는 내용의 수사의뢰서를 대검에 제출했다.
이 단체는 진정서에서 "피해자가 비록 이 차관이 영상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할 당시 곧바로 삭제하지는 않았다"면서도 "그러나 피해자는 핸드폰에 저장된 사고 당시 영상을 삭제했고, 이를 검찰이 포렌식으로 복원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이 차관의 교사 행위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쳐 피해자가 영상을 삭제했다면 증거인멸교사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는 24일 택시기사 A씨가 "이용구 차관이 폭행 영상을 확인하고는 영상을 지워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 차관의 변호인은 같은 날 "오늘자 조선일보 보도는 블랙박스 영상과 관련해 택시기사분의 진술 내용을 보도하고 있으나, 변호인은 택시기사분의 진술 내용을 가지고 진위 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가 택시기사분께 또 다른 고통을 줄 우려가 크고, 특히 그런 태도는 공직자가 취할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또 "다만 블랙박스 영상은 이 사건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므로 어떤 경위에서건 수사기관에 제출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경찰청은 23일자 일부 매체의 보도 중 서울 서초경찰서 담당 수사관 B경사가 지난해 11월11일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다는 보도 내용을 일부를 사실로 확인해 24일 대상자를 대기발령 조처했다. 경찰은 국가수사본부장 지시에 따라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단장으로 총 13명 규모의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단'을 편성해 즉시 조사에 돌입했다.
A씨는 23일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에 출석해 조사할 당시 휴대전화로 찍은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줬지만, 담당 수사관이 영상을 안 본 것으로 하겠다고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1월6일 오후 11시30분쯤 "남자 택시 승객이 목을 잡았다"라고 112에 신고했고, 지역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다이후 A씨는 같은 달 9일 담당 형사에게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후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
서초서는 그달 12일 현장 상황, 피해자 진술, 관련 판례 등을 토대로 이 차관에게 폭행죄를 적용해 A씨의 처벌 불원 의사에 따라 공소권이 없어 내사 종결했다.
하지만 사준모는 지난달 19일 이 차관을 특정범죄가중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법세련은 그달 20일 폭행 사건 수사팀 관계자에 대해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 이들 고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이동언)가 수사하고 있다.
택시기사 사건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25일 오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