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피고인의 항소를 받아들여 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하면서도 "항소를 기각한다"고 주문한 것은 모순되므로 다시 판결해야 한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위증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에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판결에는 경정의 허용 범위와 방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이유 모순의 잘못을 저질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 2016년 B씨에 대한 특정범죄가중법(운전자폭행등) 사건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변호사와 검사가 한 각각의 질문에 B씨가 택시기사 C씨를 폭행하는 장면을 목격했는데도 신체적 접촉이 없었다거나 폭행 장면을 목격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허위 진술하는 등 위증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B씨가 변호사의 질문에 진술한 것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할 것이나, 그와 일죄인 판시 위증죄를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것으로 직권 경정한다"면서 주문란에는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기재했다.
이에 대해 대법은 "1심판결의 이유 중 변호사 질문에 관한 범죄 사실을 삭제하고, 이에 대한 이유무죄 판단을 추가하는 것으로 경정하는 것은 이미 선고된 1심판결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것으로서 경정의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에 허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심이 직권으로 경정 결정을 했다고 하더라도 주문에 이를 기재하지 않은 이상 경정 결정으로서 효력도 생기지 않는다"며 "그 결과 원심판결에는 판결 이유에서 '피고인의 증언 부분에 대한 항소이유를 받아들인다'는 취지로 판단하면서도 주문란에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기재해 판결의 이유와 주문이 서로 저촉 모순되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