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공모주 대전으로 불렸던 SK바이오사이언스의 청약 접수 결과 SK증권을 이용한 청약자들이 웃었다. 배정주식 수는 많지 않았지만 청약건수가 가장 적어 눈치싸움의 최종 승자가 됐다. 이제부터 관심은 일주일 후 상장 첫날의 주가로 집중되고 있다. 다만 장외주가가 계속 하락 중이라는 점이 걸린다.
9일과 10일 이틀간 진행된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 청약접수를 집계한 결과 사상 최대 청약건수인 200만건이 넘는 신청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청약증거금도 63조6000억원이 들어와 기존 카카오게임즈의 58조4237억원 기록을 깼다.
이와 같은 공모 흥행의 배경에는 ‘따상’에 대한 기대감과 균등 배정 방식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상장 후 주가가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의 주식을, 일반 청약자들에게 배정된 수량 중 절반을 인원(계좌) 수대로 균등 배정해 주기로 하면서, 주식을 더 많이 받기 위해 가족 구성원들의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 여러 증권사에서 중복청약하는 현상이 벌어져 발생한 결과다. 자녀 등의 명의로 계좌를 하나 더 만들면 6곳의 증권사에 6개 계좌를 만들어 6주를 더 받을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청약이 진행돼 청약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가족 4명 명의로 5개 증권사에서 20계좌를 만들어 청약했다는 투자자도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균등배정 주식 수를 좌우할 청약경쟁률이 중요했는데, 6개 증권사 중 SK증권에 몰린 청약자가 가장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SK증권은 인수회사로 참여해 배정된 주식이 적었지만 청약건수가 대형 증권사들의 3분의 1 수준에 그쳐 균등배정 주식은 물론 경쟁률에 따라 지급하는 주식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게 됐다. 만약 약 1억원(9750만원)을 증거금으로 넣고 3000주를 청약했다면 균등배정 2주와 안분배정 주식 6주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에서 같은 금액으로 청약했을 경우엔 균등배정 1주와 안분배정 4주에 그친다.
다만 1주 미만 소수점 주식을 처리하는 방식에 따라 1주 정도 더 받을 기회는 생긴다. 증권사들은 청약경쟁률로 안분배정하는 주식의 경우, 소수점 단위 주식은 각자의 규정에 따라 처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사사오입하는 편인데, NH투자증권은 오사육입을 적용하고 있으며 미래에셋대우는 아예 소수점 단위를 무시하고 배정한다.
균등배정에서의 소수점 주식 처리는 증권사별로 추첨을 통해 결정한다. NH투자증권의 경우 1주를 똑같이 나눠주고 남은 0.64주는 추첨해서 일부에게만 지급할 예정이다. 1주를 모두에게 줄 수 없는 삼성증권, 하나금융투자도 마찬가지다. SK증권도 2주씩 배정하고 남는 0.01주를 누군가에게 줄 텐데 그가 이번 공모 대전의 최종 승자가 될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11일 오전까지 당첨자를 확정하지 못했으나, 남은 청약증거금을 12일에 환불해야 하므로 그 전에는 정할 것이다.
공모청약이 끝났으니 이제부터는 18일로 예정된 상장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 모두가 상장 직후 공모가의 2배로 시초가를 정한 후 다시 상한가로 직행하는 ‘따상’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 경우 상장 첫날 주가는 16만9000원까지 오를 수 있다. 공모가보다 10만4000원 높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계좌를 하나 더 만들면 10만원을 더 벌 수 있다”는 말이 회자되기도 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따상’ 다음날에도 강세를 예상하며 ‘따상상’을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상장 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분위기를 살필 수 있는 장외시장을 보면 기대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장외시장에서 거래된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는 1월말에 27만원대까지 올랐다가 2월8일 이후 급락한 뒤 조금씩 흘러내리고 있다.
2월8일엔 구체화된 코로나 백신 접종 계획과 치료제 확보 소식이 나온 날이었다. 러시아 백신 도입과 노바백스 백신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SK바이오사이언스가 2월5일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는 소식도 이날 전해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부터 주가는 하락한 것이다.
10일 증권플러스 비상장 기준 SK바이오사이언스 시세는 19만5000원을 기록했다. 11일 오전에는 19만원 아래에서 체결된 건도 나왔다.
19만원이면 상장 첫날 ‘따상’을 기록한 뒤 다음날에도 12% 이상 올라야 도달할 수 있는 가격이다. 공모주 투자자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 이상을 기대하는 투자자라면 불안할 만하다.
특히 이번 공모에는 기존 공모주 투자자 외에 평소 주식투자를 하지 않던 일반인들까지 대거 참여했기 때문에 첫날 대거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 물량을 시장에서 다 받아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증권업계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성장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모주를 배정받은 투자자라면 ‘따상상’까지 욕심 낼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