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국내 넷플릭스 사용자가 1000만명을 넘으며 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와 격차를 벌리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OTT 주무부처 자리를 놓고 힘겨루기만 몰두하고 있다. 지난해 어렵게 출범한 '범정부 OTT 협의체'도 진흥책을 논하지 못한 채 제자리 걸음만 반복하고 있는 모양새다.
주요 OTT 앱 월간 사용자 수 현황 .자료/모바일인덱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를 운영하는 아이지에이웍스는 15일 '국내 OTT 앱(애플리케이션) 시장 분석' 리포트에서 지난 2월 한 달간 넷플릭스의 국내 월간 활성 사용자(MAU)가 1001만3283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470만4524명을 기록했던 지난 2020년 1월보다 113% 증가한 수치다. 리포트는 넷플릭스가 킹덤 시즌2, 보건교사 안은영, 스위트홈 등 주요 신작을 출시할 때마다 사용자를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국산 OTT 앱 월간 사용자 현황. 자료/모바일인덱스
반면, 국산 OTT는 사용자 정체에 빠졌다. 지난 2월 국내 OTT인 웨이브는 395만명, 티빙은 265만명, 왓챠는 139만명의 MAU를 기록했다. 이들 주요 국산 OTT 앱은 지난 1년간 600만명 안팎 수준의 합산 사용자를 유지했다.
앱 설치 대비 사용률도 넷플릭스가 가장 높았고, 왓챠(56.6%), 티빙(53.5%), 웨이브(33.2%) 등이 뒤이었다. 국산 OTT 앱 사용자의 상당수는 넷플릭스를 함께 보고 있었다. 리포트에 따르면 웨이브 사용자의 40.7%, 티빙 사용자의 43.8%, 왓챠 사용자의 65.5%가 넷플릭스를 중복 이용하고 있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사용자 증가추이. 자료/Chartr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진출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글로벌 데이터 스토리텔링 매체 차트알(Chartr)이 최근 발표한 레터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는 런칭 1년 반이 채 되지 않아 글로벌 시장에서 유료 가입자 1억명을 확보했다. 같은 기간 동안 넷플릭스는 디즈니플러스의 절반을 밑도는 약 4100만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현재 넷플릭스의 유료 가입자는 약 2억400만명으로 디즈니플러스의 두 배가 넘는다. 하지만 현 추세라면 디즈니플러스가 넷플릭스를 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바닥부터 시작한 넷플릭스와 달리 디즈니플러스는 어벤져스와 스타워즈 시리즈부터 수많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확보한 상태에서 출발했기에 빠르게 사용자를 흡수할 수 있었다. 최근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를 막을 방법을 찾으며 수입 확보에 나선 것도 디즈니플러스의 추격에 불안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넷플릭스의 독주 속에 디즈니플러스 국내 출시마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정부는 국내 OTT 시장 진흥책은커녕 주무 부처마저 정하지 못하고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도 각각 OTT 전담 부서가 있는데, 문화체육관광부까지 이달 초 OTT 전담 조직인 'OTT콘텐츠팀'을 신설하면서 갈등은 심화됐다.
지난주 국무조정실 주재로 열린 '범정부 OTT 협의체' 2차 비공개회의에서도 각 부처 간 알력 싸움을 멈출 방안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어졌다고 알려졌다.
한국OTT협의회 공동의장. 사진/한국OTT협의회
OTT 업계는 정부가 소통없이 자신들끼리 힘겨루기로 규제만 늘리자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문체부가 OTT 전담 조직을 만드는 과정에서 "업계와 소통은 전혀 없었다"며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문체부 장관과 OTT 업계 대표의 조찬 간담회마저 향후 일정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오늘(15일) 오전 갑작스럽게 취소됐다"고 하소연했다.
업계는 방통위도, 문체부도 자신들을 통해 기금이나 보조금 등을 확보할 방법만 찾고 있다고 토로했다. 방통위는 연내로 '시청각 미디어 서비스' 개념을 법제화하고 OTT 업계에 방발기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문체부도 OTT로부터 영상미디어콘텐츠 육성을 위한 보조금을 거두고 싶어 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범정부 OTT 협의체가 어렵게 출범했지만, 진흥책을 어떻게 추진한다거나 부처별로 어떻게 조율했다는 등 업계의 의문점을 전혀 해소해주지 않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모든 미디어 관련 조직을 하나로 묶어 정부 부처를 만드는 거버넌스 조정이 답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