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딜라이브 매각이 반년 넘게 정체 상태에 빠진 가운데, 구현모 KT 대표가 이와 관련해 말을 아끼며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KT의 딜라이브 인수가 장기화될 조짐을 넘어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구현모 KT 대표가 23일 KT 미디어 콘텐츠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KT
구현모 KT 대표는 23일 KT그룹 미디어 콘텐츠 사업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딜라이브 인수하는 것은 좀 진행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며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딜라이브 인수 상황에 관한 질문을 받자 다소 당황한 듯 장시간 할 말을 고르며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구 대표는 KT 미디어 콘텐츠 전략을 공개하며 "현대HCN 인수가 마무리되면 유료방송가입자가 1300만명 정도로 국내 최대 플랫폼 된다"고 밝혔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고 검토 중인 딜라이브는 포함하지 않았다.
KT는 지난해 11월 딜라이브 채권단이 진행한 예비 입찰에 인수의향서를 단독 제출했다. 국내 케이블TV 업체인 딜라이브는 지난 2015년 인수·합병(M&A) 시장에 등장했지만 몇 차례 매각이 무산되며 매물 상태로만 수년을 보냈다.
당시 KT는 유료 방송 시장 점유율 1위를 굳히기 위해 딜라이브 인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딜라이브는 가입자 약 200만명에 전체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5.98%를 차지하고 있다. KT(21.96%)가 딜라이브를 인수하면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9.56%)와 현재 인수 과정을 밟고 있는 현대HCN(3.95%) 등 계열사를 포함해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이 41.45%로 상승한다. SK텔레콤(24.17%) 또는 LG유플러스(24.91%)가 CMB(4.58%)나 개별 SO 9개(4.9%)를 모두 인수해도 역전이 불가능하다.
KT 외에 딜라이브 입찰에 참여한 회사는 없어 KT와 딜라이브의 협상 과정에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현재 시장에 남아있는 유선방송 사업자 매물은 딜라이브와 CMB 둘뿐이다.
그러나, 딜라이브 인수가 해를 넘기고 반년이 지나도록 진전 상황이 없자 업계에는 KT가 딜라이브 인수를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KT는 더 이상 인수 작업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KT가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현대HCN 인수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기 때문에 매각을 진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딜라이브 로고. 사진/딜라이브
KT와 딜라이브가 인수 가격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KT가 얼마를 인수 가격으로 제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딜라이브 채권단은 딜라이브 몸값으로 약 8000억~9000억원을 요구하고 있고, KT는 이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KT가 현대HCN 매각이 마무리되면 딜라이브를 인수하지 않는 쪽으로 갈 것 같은 움직임이 보인다"며 "시장 상황이 변하면서 통신사들이 유료방송보다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나 콘텐츠에 집중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동통신사들은 글로벌 OTT 사업자인 디즈니플러스와의 제휴를 맺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상하고 있다. 강국현 KT커스터머부문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아직까지 디즈니와 계약을 맺은 사업자는 없어 공식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다"면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부문장은 이어 "참고로 (디즈니) 아시아 총괄사장 루크 강이 한국계 미국인이라 한국말을 아주 잘한다"며 "저와 많은 대화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