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화웨이가 전 세계 반도체 칩셋 품귀 현상의 원인으로 미국의 무역 제재 장기화를 지목했다. 대형 사업자인 화웨이가 사업에 어려움을 겪자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에 악순환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화웨이는 미국이 근거 없는 제재를 멈추지 않고 있다며, 한국과 같은 반도체 선진국과 계속 협력하고 싶다고 재차 강조했다.
화웨이코리아 임원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화웨이 글로벌 애널리스트 서밋 2021 및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화웨이코리아
칼 송 화웨이 글로벌 대외협력 및 커뮤니케이션 사장은 1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화웨이 애널리스트 서밋 2021 및 한국 기자간담회에서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칩셋이 부족하게 된 상황은 한 기업(화웨이)이 제재를 받게 되고, 여기에 연결된 다른 벤더(협력기업)들도 영향을 받아 악순환이 생겼기 때문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지난 2019년부터 화웨이와 자국 기업의 거래를 제한했다.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지시로 자사 통신 장비에 백도어(사용자 동의 없이 기기에서 정보를 빼돌릴 수 있는 장치)를 심었다는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했다. 한국 기업들도 미국으로부터 관련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에릭 쉬 화웨이 순환 회장도 지난 12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 화웨이 애널리스트 서밋에서 글로벌 반도체 칩셋 부족이 화웨이를 향한 무역 제재 때문이라며 미국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칼 송 화웨이 글로벌 대외협력 및 커뮤니케이션 사장이 13일 화상으로 한국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배한님 기자
송 사장은 이런 반도체 칩셋 공급 부족이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화웨이가 아닌) 새로운 반도체 칩셋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1만 달러의 초기 투입 비용이 들어가 반도체 가격을 30~65% 상승시킨다"며 "이는 고객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송 사장은 이어 "향후 미국 관련 제재가 취소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 유럽과 같은 반도체 선진국과 협력해 글로벌 산업체인을 다시 형성해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되지 않도록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서 화웨이 임원들은 자사에 보안 문제는 전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170여 개 국가에서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데, "백도어를 심는 것은 일종의 자살행위"라는 것이다. 자신들이 미국의 제재를 받을 이유가 없다는 항변이다.
손루원 화웨이코리아 CEO는 "지난 30년 동안 170여 개 지역 1500여 곳에서 아무런 네트워크 보안 이슈가 없었다"며 "화웨이는 네트워크 보안과 정보 보호를 비즈니스 이익보다 더 강조한다"고 말했다. 손 CEO는 "지난 2년간 노력해 ICSL라는 가장 높은 수준의 보안 인증을 받았다"며 "이는 31개 국가가 공인한다"고 덧붙였다.
칼 송 사장도 "폼페이오 미 장관이 화웨이 제재 증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웃으며 이 질문 자체가 틀린 것이라 답했다"며 "이를 통해서 화웨이 제재의 증거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화웨이의 뒤에 중국 정부가 있어 백도어를 심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송 사장은 "화웨이와 중국 정부의 관계도 한국 기업과 한국 정부와의 관계와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달라"며 "오히려 미국 기업이 장기적으로 미국 정부의 관리 감독을 받는다"고 반박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