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올해로 16년차가 되는 배우 여진구는 아역배우를 거쳐 성인 연기자로 성장했다. 단지 어린 나이에 TV에 나오는 게 좋아 시작한 연기가 어느 순간 여진구에게 질문을 안겼다. 그 물음표가 여진구를 슬럼프에 빠지게 했고,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연기로 물음표의 답을 찾아 느낌표로 만들었다. 그리고 여진구는 질문에 대한 답에 마침표를 찍고자 노력하고 있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괴물’은 만양이라는 지역에서 펼쳐지는 괴물 같은 두 남자의 심리 추적 스릴러다. 여진구는 극 중 경기 서부 경찰청 소속 경위이자 경찰청 차장 한기환(최진호 분)의 아들 한주원 역을 맡았다.
여진구는 ‘괴물’을 선택한 이유로 자신이 맡은 한주원이라는 캐릭터를 꼽았다. 한주원은 사람을 대할 때 자신이 가진 편견을 가지고 본인의 잣대로 미리 구분 짓는 인물이다. 여진구는 이러한 캐릭터를 맡아 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호기심이 들었다. 나와 다른 성격이다 보니 한 번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여진구는 주원이라는 인물에 대해 “성격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나는 배우라서 그런지 몰라도 사람 자체를 궁금해 하는 편이다. 하지만 주원은 자신 주변에 벽을 치고 다가오지 못하게 한다”며 “다른 사람과 융화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러한 주원의 성격 때문에 ‘과연 이런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지’라는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여진구는 “한주원이라는 인물과 함께 등장하는 인물들이 잘 살아 있는 대본도 작품을 선택한데 한 몫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범인이 누구인지에만 시점이 몰려 있지 않아서 좋았다. 각각의 캐릭터들의 잘 섞여 있고 장르적으로도 잘 버무려져 있어서 대본을 읽으면서 재미있었다”며 “피해자 가족의 삶, 실종자 가족의 삶이 느껴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은 여진구가 2013년 출연한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와 비슷하다는 평이 많았다. 여진구는 “대본을 읽으면서 장르적으로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화이’는 본인이 자신 속에 있는 괴물을 인정하고 괴물이 되는 인물이라면 ‘괴물’ 속 주원은 괴물인 사람이다”며 “함정수사 때문에 피해자가 발생하고 죄책감을 가진다. 원치 않지만 괴물이 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괴물' 여진구 인터뷰. 사진/제이너스 이엔티
극 중 한주원은 또 다른 괴물인 이동식(신하균 분)에게 점차 동화되어 가는 모습을 보인다. 원리원칙을 고수하는 주원은 범인을 잡기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동식과 공조를 하기 시작한다. 이에 대해 여진구는 “이동식 화법에 신경을 많이 썼다. 주원이 이동식에게 배웠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며 “주원은 동식에게 수사법을 배워 인용을 한다. 그런 모습이 주원의 멋있는 점이다”고 했다. 이어 “변화를 인정하고 자기가 변화한 부분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변화시킨다”며 “그래서 연기를 할 때 같은 말을 하더라도 동식이 말을 했던 분위기와 다르기를 원했다. 덤덤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표현하려고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여진구는 한주원이 이동식에게 동화 되듯 신하균과 호흡을 맞추면서 끊임없는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신하균이라는 배우는 여진구에게 새로움을 선사했다. 연기를 할 때 속으로 감탄을 했다”며 “주원을 준비하면서 상상한 이동식이라는 인물이 있는데 신하균 선배는 자신만의 이동식을 그리더라”고 감탄을 했다. 또한 “선배만의 이동식이 결국 납득이 됐다”며 “그런 모습을 보고 나도 나만의 한주원을 그리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더불어 함께 했던 배우들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여진구는 “모든 선배들이 현장에서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모두가 100% 몰입을 하고 있었다”며 “웃고 떠들다 가도 촬영이 시작하면 다들 눈빛이 달라지고 몰입을 했다. 모두가 재미있게 연기를 하고 즐겼다”고 당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러한 선배들과 함께 연기를 해 행복했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여진구는 자신이 16년이라는 시간 동안 연기를 해온 덕을 이번 작품에서 많이 봤다고 했다. 그는 “초반에 한주원이 이동식에게 집착을 하고 매달린다. 모진 말도 많이 하는데 그런 모습이 비호감으로 비춰질 것 같아 걱정을 했다”며 “다행히 대중에게 내가 익숙한 배우라는 점에서 주원이 욕을 덜 먹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괴물' 여진구 인터뷰. 사진/제이너스 이엔티
여진구는 ‘왕이 된 남자’ ‘호텔 델루나’ 그리고 ‘괴물’이 자신에게 유독 소중한 작품이라고 했다. 그는 “좋아하는 일이라서 계속 연기를 하고 있다. 재미있는 일을 응원을 받으면서 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라고 했다. 이어 “어릴 때 TV 나오고 싶어 연기를 시작했는데 어린 나이에 연기에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며 “중학교쯤 미래에 대해 생각을 할 때 연기를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를 품은 달’ ‘화이’를 통해 여진구는 좋아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단다. 그는 “당시 관계자 분들이 여진구라는 배우를 찾아주는 일이 많아졌다”며 “나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압박으로 다가왔다.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면서 좋아하는 일이 어려워졌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여진구는 현장이 막막하고 두려운 곳이 됐다. 하지만 ‘왕이 된 남자’의 감독을 만나면서 터닝 포인트가 됐다. 그는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하라고 하셨다. 충격이면서 어렵고 무서웠다”며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대신 현장이 즐거워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지만 ‘해야 되나’ 하는 물음표였다. 물음표를 ‘된다’하고 느낌표로 바꿔서 ‘호텔 델루나’를 했다”며 “어느 정도 느낌을 알아가니까 빨리 질문에 대한 마침표를 찍고 싶었다. 그래서 다음 작품이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여진구는 “이번 작품으로 내 스타일의 연기가 생겼으면 하는 욕심이 있었다”며 “스스로 ‘이렇게 하면 되겠다’ 답을 얻었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괴물’이 특별하고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더불어 “몰입을 하면 할수록 나와의 구분이 확실히 되는 기분”이라며 “어떻게 몰입을 하고 한주원이라는 인물을 공감하고 이해하느냐에 따라 구분이 쉬워졌다. 오히려 나와 한주원을 왔다 갔다 하는 게 편해지면서 몰입이 쉬워졌다”고 밝혔다. 자신의 이런 연기가 현장에서 함께 연기한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본인을 두고 도전을 하는 성격이라고 한 여진구는 “실패해도 도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비판을 받기도 할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계속 도전하는 모습을 많은 분에게 보여주기 위한 고민보다는 우선 배우로서의 목표를 잡고 연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괴물' 여진구 인터뷰. 사진/제이너스 이엔티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