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구체적 쟁점은 여전히 많이 남았다. 다른 법 체계와의 통합이 필요한 데다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이 제외된 규제 대상, 모호한 표현 때문에 국회 본회의 통과 후에도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여야가 LH사태를 계기로 총 8차례의 법안심사 과정을 통해 심도있게 논의한 만큼 이달 국회 본회의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법에 대한 이견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우선, LH사태를 계기로 여야가 법의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형성하지만 중복 입법은 여전한 쟁점이다. 공직자윤리법, 부패방지법, 부정청탁금지법, 공익신고자 보호법, 공무원행동강령 등 기존 관련 법령들과의 충돌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나라에는 공직자의 윤리를 규율하는 법률과 시행령이 이미 5개나 있는데 또 하나의 법률을 만드는 것이라 옳은 방법인지 묻고 싶다"며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하나의 법률로 규율하는 게 국민의 이해를 높이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LH 사태 촉발로 시급한 필요성을 감안해 우선적으로 법을 제정했지만, 국회 본회의 통과 후엔 법 체계를 통합하는 일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무위는 국민권익위원회가 반부패 법령 통합을 위한 계획을 6개월 이내에 정무위에 보고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애초 논의되던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이 언론과 사학의 자율성을 존중해 적용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논란이다. 여기에 언론인이 제외됐음에도 KBS와 EBS는 포함된 데다 같은 교직원임에도 공립학교와 사립학교의 포함 여부가 갈려 형평성이 없다는 비판이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업무의 공적 성격과 권익위가 관련 법을 개정해 이해충돌방지법을 이들에 대해 적용해야 한다"며 "하지만 권익위나 법제실과 상의해보니 실제 방송법, 사립학교법 등에서 이해충돌방지부분을 넣는 게 법체계상 가능하지 않다고 한다"며 보완입법을 요구했다.
권익위 역시 언론관련법과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통해 이들을 규제대상으로 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각 의원들의 개별 입법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어서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을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방향의 이해충돌방지법이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 후에도 지속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부정한 방법'이라는 모호한 법적 용어도 논란이다. 이해충돌 방지법의 14조 2항에 명시된 '공직자로부터 직무상 비밀 또는 소속 기관의 미공개정보임을 알면서도 제공받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경우'에서 부정한 방법의 여부를 구별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차라리 부정한 방법을 삭제하는 게 낫지 않겠냐"며 "판례가 계속 바뀌기 때문에 심사 과정에서 명확하게 하지 않을 경우 나중에 재판에서 문제가 될 수 있어 시행령을 통해서라도 최대한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추후 시행령을 마련할 때 해당 용어가 악용되지 않도록 명확히 잘 정리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향후 법 운영 과정에서 모호한 표현에 대한 유권해석고 시행령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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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석 국회 정무위 위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