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관련해 "지금 단계에서는 백신 문제를 지나치게 정치화해 백신 수급과 접종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부추기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정치권에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정부의 계획대로 4월 말까지 300만명, 상반기 중 1200만명 또는 그 이상의 접종이 시행될 지 여부는 조금만 지켜보면 알 수 있는 일"이라며 "정부의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경우 충분히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4일 화이자 백신 4000만회분(2000만명분) 추가 계약을 발표했다. 우리나라가 확보한 화이자 백신은 기존 1300만명분에서 3300만명분으로 증가했고, 국내 총 백신 확보 물량은 9900만명분으로 늘었다. 그러나 국민의힘 등 야당에서는 '백신이 실제 들어오는 날짜가 언제인지 알 수가 없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자국의 사정이 급해지자 연합도 국제 공조도 모두 뒷전이 돼 국경 봉쇄와 백신 수출 통제, 사재기 등으로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다"면서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둘러싼 각 국의 이기적인 행태를 설명했다. 이어 "그와 같은 냉엄한 국제 정치의 현실을 직시해야 하고, 그럴 때일수록 우리도 내부적으로 단합하여 지혜롭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의 전문가들이 판단한 백신 접종 우선순위와 집단면역의 목표시기, 접종 계획에 따라 여러 종류의 백신을 안배해 필요한 백신 물량을 확보했다"며 "계약된 시기에 백신을 도입하고 있으며, 당초의 계획대로 차질없이 접종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와 형편이 다른 나라와 비교할 것 없이 우리의 형편에 맞게 계획을 세우고, 계획대로 차질없이 실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정부는 접종목표(11월 집단면역)의 이행을 자신하고 있고, 플러스 알파를 더해 4월 말까지와 상반기 중 접종 인원을 더 늘리고 집단면역도 더 앞당기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정부는 이미 확보한 백신 외에 다른 백신에 대해서도 국제 동향과 효과 및 안전성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며 "지금 우리 기업들은 세 종류의 백신을 위탁 생산하고 있는데,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가 스스로 백신을 개발하게 될 때까지 백신 확보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러시아 백신인 스푸트니크V 등이 국내 위탁 생산중이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방한 중인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사 CEO를 27일 오후 청와대에서 접견한다. 우리나라와 노바백스사의 백신 생산 협력 관계 확대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신속한 인허가 신청 등 국내 도입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밖에 문 대통령은 백신접종과 별도로 한국의 방역상황이 양호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코로나 확진자 수는 오히려 더욱 늘어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백신 접종에 앞서가는 나라들도 일부 나라를 제외하고는 코로나 재확산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고위험군에 대한 백신 접종이 대부분 완료되고 국산 치료제가 활용되고 있는 덕분에 위중증 환자 비율과 치명률이 크게 낮아졌다"며 "지금 우리나라의 코로나 치명률은 주요 국가들 가운데서 가장 낮은 편"이라고 소개했다.
21일 기준 한국의 코로나19 직접 사망자 수는 1806명이며 치명률은 1.56%다. 인구 100만명당 사망률은 3.5명 수준으로 이는 OECD 국가 중에 뉴질랜드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환자 발생도 20일 기준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1.4명 발생에 불과했지만, '백신접종 선진국'이라는 이스라엘은 10만 명당 2.6명, 미국은 18.5명이 발생하고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은 "확진자 수가 더 늘어나고 변이바이러스가 더해진다면, 순식간에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며 방심을 경계하면서 국민들에게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백신 접종에 협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관련해 “지금 단계에서는 백신 문제를 지나치게 정치화해 백신 수급과 접종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부추기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정치권에 요청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