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편성광고(PCM)와 중간광고, 뭐가 다른가요?

27일 지상파 중간광고를 전면 허용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화했습니다. 오는 7월 1일부터 KBS·MBC·SBS에서도 중간광고를 보게 되는거죠.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에서 중간광고 전 "60초 후에 공개됩니다!"라는 유행어를 만든 박성주 아나운서. 사진/뉴시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지상파에서도 중간광고를 봤던 거 같거든요. 드라마에서도, 예능에서도, 심지어 뉴스에서도 봤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새삼스럽게 전면 허용이라니요?

 

중간광고는 프로그램 사이사이에 넣을 수 있는 광고입니다. 프로그램 중간에 광고를 틀면 시청자가 이탈할 우려가 적어 광고 효과가 높아지기 때문에 방송 사업자들이 상당히 선호하는 광고 형태죠. 방송법에는 중간광고의 길이·형태가 엄격하게 규정돼 있습니다. 한 번에 1분을 넘기면 안되고 45~60분 프로그램은 1회, 60분 이상 프로그램은 2회, 이후 30분 마다 1회씩 추가돼 한 프로그램당 총 6회를 넘길 수 없습니다. 이런 제한 때문에 우리는 종편이나 케이블 채널의 중간광고 직전에 "60초 후에 돌아옵니다!"라는 문구를 보게 되는거죠. 

 

이렇게 엄격하게 중간광고의 형태가 정해져있고 지상파 방송사를 중간광고를 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지상파에서 중간광고를 보고 있다고 느낀 걸까요?

 

사진/게티이미지

 

사실 지금까지 우리가 봐왔던 지상파 중간광고는 진짜 중간광고가 아닙니다. 법에 규정된 중간광고 규제를 교묘하게 피한 유사중간광고였던 거죠. 

 

이 유사중간광고의 이름은 분리편성광고(PCM)입니다. PCM은 말 그대로 하나의 프로그램을 여러 개로 분리 편성해 그 사이에 광고를 끼워넣는 것을 말합니다. 중간광고를 사용할 수 없지만 줄어가는 재원에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던 지상파 방송사들 PCM이라는 제3의 길을 찾은 것이죠. 방송법 시행령에 두 개의 프로그램 사이에 광고를 넣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으니까요. 

 

이렇게 2017년 SBS를 시작으로 PCM의 역사가 시작됐습니다. 주말 예능은 1, 2부로 나뉘어졌고, 20부작 드라마는 40부작으로 변했죠. 방송법을 피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PCM에는 길이나 횟수 규제가 없습니다. 방송 광고 총량만 지키면 사실상 범법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PCM을 사용하면 1분 이상 광고를 틀 수 있습니다. 

 

시청자들의 불만은 커져만 갔죠. 드라마 한 편이 두 개로 나뉘어진 것으로도 모자라 2~3분씩 광고를 보고 있어야 한다니 말이죠.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는 지상파 방송사에서 국민들의 시청권을 침해한다며 PCM 규제를 원하는 목소리가 꽤 높았습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PCM이 고육지책이었다고 말합니다. 미디어 환경은 빠르게 변하는데, 1970년대에 만들어진 낡은 방송법에 묶인 자신들에게도 새로운 수입원이 필요했다는 거죠. 종편·케이블뿐만 아니라 온라인·모바일까지 등장해 광고시장을 나눠먹으면서 자신들의 파이 조각이 줄어들었다는 겁니다. 게다가 사실상 예능 1부와 2부는 서로 다른 프로그램이고 드라마도 편수를 늘린 것인데 뭐가 문제냐는 거죠. 거기다 프로그램 회차가 바뀌면서 시청연령 고지 등 인트로를 다시 삽입해야 해 PCM이 중간광고보다 유리한 점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지상파의 PCM 사용이 늘면서 종편과 케이블도 슬그머니 여기에 숟가락을 얹었습니다. tvN과 채널A, TV조선에서도 한 프로그램을 1, 2부로 나누는 변칙편성으로 PCM을 끼워넣기 시작했거든요. 중간광고와 PCM을 동시에 이용하겠다는 겁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 PCM의 폐해가 심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하며 PCM을 중간광고와 통합했습니다. 오는 7월부터 지상파에서 중간광고는 볼 수 있지만 PCM은 볼 수 없게 됩니다. 변칙편성을 막기 위해 '사실상 동일한 프로그램으로 인식되는 2개 이상의 텔레비전방송프로그램이 연속편성된 경우, 그 사이의 방송프로그램광고 및 토막광고는 연속편성된 프로그램 전체를 기준으로 중간광고와 통합하여 시간·횟수 기준을 적용받게 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습니다. 이렇게 되면 무분별하게 길고 자주 삽입되는 PCM 문제를 없앨 수 있다는 것이 방통위의 설명입니다. 

 

MBC는 이날 성명서에서 "47년 만에 이뤄지는 중간광고 재도입 결정이 지상파 재정난을 덜 수 있는 단비가 되길 기대합니다"며 "중간광고 허용으로 발생하는 수익은 보다 수준 높은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사용하겠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반대 목소리는 있습니다. 정지현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이렇게 되면 지상파와 종편이 무슨 차이가 있는가"라고 말합니다. 최진봉 성공회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애초에 PCM도 못하게 했었어야 했다"고 지적하죠.

 

지상파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한 27일 국무회의. 사진/뉴시스

 

개정된 방송법은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됩니다. 지상파 중간광고 전면 허용은 우리 방송 산업에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