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2012년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통해 데뷔를 한 배우 곽동연은 올해 10년 차 배우가 됐다. 최근 다양한 작품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20대 초반인 나이에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빈센조’에서 곽동연은 장한서 역할을 맡았다. 멍청하고 무식한 빌런인 장한서지만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곽동연은 8개월 가량의 촬영 기간이 행복했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그는 “촬영 과정도 행복했고 사랑하는 작품이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서 더욱 더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가 연기한 장한서는 바벨그룹의 회장이지만 진짜 회장인 형 장준우(옥택연 분)에게 조종 당하는 신세인 인물이다. 곽동연은 장한서 역할을 위해서 나이 들어 보이기 위해서 노력을 했단다. 그는 “정갈하게 올린 머리 스타일과 스스로 회장이라 드러내고 싶어하는 캐릭터 특성상 부티가 나고 화려한 의상에 신경을 썼다”고 했다.
극 중 장한서는 준우에게 극한의 공포를 느끼는 인물이다. 마치 고양이 앞에 쥐 마냥 잔뜩 주눅이 들어 있는 모습을 보인다. 곽동연은 “공포 자체이자 위협이다. 아버지를 자기 손으로 죽이는 모습을 봤고 이전에도 학교에서 학생을 손쉽게 죽이는 모습을 봤다”며 “항상 무력행사를 하는 무서운 형이 아니라 살인마에게 느끼는 공포라고 생각을 하고 연기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장한서는 장준우에게 벗어나려고 계획을 세운다. 심지어 총을 쏴 형을 죽이려고 한다. 곽동연은 “평생 숙적이자 언젠간 넘어야 할 산이었을 것이다”고 했다. 그는 굴복 당하는 한서가 빈센조(송중기 분)를 만나면서 자신을 구원해줄 구원자라고 느꼈을 것이란다. 그렇기에 숨 죽이며 살아온 한서가 빈센조에게 마음을 열고 의지했고 형에게 대들 정도로 변화한 것이라고 했다.
또한 곽동연은 장한서가 굉장히 위태로운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형한테 폭력과 무차별 폭언을 아무렇지 않게 참아낼 수 있는 한계 지점에 서 있었다. 감정 쓰레기통이 가득 차서 새어 나오는 포인트가 한 번씩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화를 안 내는 사람이 화를 내면 더 무섭게 화를 내기에 형을 죽이고 싶은 생각까지 이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곽동연은 장한서라는 인물이 똑똑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똑똑한 사람이라면 그런 짓을 못했을 것”이라며 “멍청하기에 악랄한 짓을 저지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장한서를 연기하면서 잡은 키워드가 ‘무식함’이다”고 했다.
'빈센조' 곽동연 인터뷰. 사진/H&엔터테인먼트
곽동연은 ‘빈센조’에서 공연장 의자에 앉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이를 두고 ‘생활 연기’라는 찬사를 받았다. 곽동연은 “의도한 건 아니었다”고 했다. 당시 연기를 할 때 곽동연은 장한서의 감정에만 집중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앞잡이처럼 호응을 하고 준우가 올라가서 멋있는 척을 다하니 꼴 보기 싫었을 것이다. 이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생각하면서 연기했다”며 “소소한 점까지 시청자들이 즐길 수 있는 포인트를 감독님이 캐치한 것”이라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자신의 연기를 편집해서 내보내 준 감독에게 공을 돌리며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장한서가 시청자에게 사랑 받은 이유는 무식함 때문이다. 무식한 빌런이기에 오히려 순수한 모습마저 보이는 인물이다. 곽동연은 “은근 장난꾸러기인 장한서에게 공감이 많이 갔다”고 했다. 그는 “한승혁 대표(조한철 분)과 많이 친해진 뒤 기분을 잘 숨기지 못하는 장한서의 모습도 공감이 됐다”며 “나도 기분을 완벽하게 숨기지 못한다. 기분이 좋을 때, 슬플 때 티가 나는 부분이 공통점”이라고 했다.
장한서가 빈센조와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 바벨 식구보다는 지푸라기 멤버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곽동연은 장한서가 사람과 교류를 하면서 일을 하는 모습을 처음 봤을 거라고 했다. 그는 “한서가 바벨 CEO긴 하지만 다들 목적을 가지고 접근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푸라기 사람들은 어우러진 모습을 보고 부러움을 느끼기도 하고 빈센조가 멋있어 보이고 그런 형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곽동연은 장한서가 빈센조에게 자신을 죽일 거냐고 묻는 질문도 처음과 달리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 죽일 거냐고 묻는 건 진심이었을 것이다. 정말 죽고 싶지 않은데 살려주면 안 되냐는 것. 하지만 관계가 진행되면서 말 잘 들었는데 살려주면 안 되냐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또한 “막걸리 집에서 묻는 건 생사 여부보다는 빈센조에게 자신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장한서가 방법을 몰라 그런 식으로 물어보는 인물이었다고 했다.
'빈센조' 곽동연 인터뷰. 사진/H&엔터테인먼트
곽동연은 중학교 1학년부터 연습생을 시작했다. 그리고 2012년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장군 역할에 합격해 연기자로 데뷔를 했다. 그는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돌이켜 보면 최고라 불리는 선배들과 한 작품에서 연기를 한 것이 10년이다”며 “10년을 허투루 하지 않았다. ‘잘 하고 있구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들보다 어릴 때 진로를 정한 건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진로가 잘 맞고 만족도가 높은 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감사한 마음으로 연기를 해나가고 있단다.
10년을 돌이켜 보면 곽동연은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는 막무가내였다고 자신을 평가했다. 그는 “아무 것도 몰랐다. 뭐가 중요한지 중요하지 않은지 연기 자체에 무지했다”며 “지금도 완전히 숙달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책임감이 생겼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현장 스태프에 대한 책임감,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에 대한 책임감이 배가 된단다. 그렇기에 곽동연은 진짜 프로다운 배우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노력했다. 이런 과정이 과거와 달리 자신의 태도를 바꾸게 됐다고 했다.
곽동연은 과거 연기를 위해서 매일 일지를 쓴다고 하기도 했다. 그는 예전처럼 매일 쓰진 못하지만 인상 깊은 촬영을 하면 여전히 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달라진 점, 부족함, 배울 점이 있을 때마다 꼬박 꼬박 기록을 해오고 있단다. 그는 이러한 것이 연기를 위한 다양한 노력 중 하나라고 했다.
그는 “머리 속에 연기가 항상 있는 것 같다. 물론 머리 속을 매일 연기로 가득 채울 순 없지만 머리 속 한 켠에라도 연기에 대한 생각을 쉬지 않고 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기에 일상에서도 자신의 경험한 것을 연기 재료로 쓰기 위해서 주위를 기울여 관찰한다고 했다. 10년차 배우 곽동연이 시청자들에게 사랑 받는 이유는 책임감, 그리고 이를 위해 끊임없이 연기를 고민하는 그의 자세 덕분인 셈이다.
'빈센조' 곽동연 인터뷰. 사진/H&엔터테인먼트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