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보궐선거가 끝난 지 어느덧 한 달이 넘어가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는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부터 5년간 네 번의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정부·여당에 크나큰 패배를 안겼다. LH 사태가 직접적 패배 요인은 아닐지라도 악재로 작용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선거가 마무리되고 패배한 여당은 혁신·쇄신을 외쳤고, 선거의 승리를 맛본 야당은 정권교체를 갈망하고 있다. 그런데 정치권이 잊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다.
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LH 사태가 불거지자 여야 정치권은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투기 문제도 뿌리 뽑겠다며 전수조사를 약속했다. 선거 직전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약속이자, 사실상 보궐선거를 겨냥한, 신뢰 잃은 정치권의 공약이었다.
하지만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LH 특검·국정조사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했던 여야 '3+3 협의체'는 첫 회의를 연 뒤 두 번째 회의는 열리지 않고 있다. 한 달이 훌쩍 넘는 지금 양당이 원내대표를 새로 선출하면 안정화 작업에 들어갔지만 전수조사는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론을 의식한 보여주기식 약속에 불과했던 것이다.
당장 선거가 급했던 여당은 전수조사 논의를 제안했었고 권익위원회에 여당 의원들에 대한 부동산 전수조사를 요청했다. 야당과의 협의가 어려워지자 선제적인 조치에 나선 것이다. 물론 여당 역시 의지를 보였지만 차명거래나 투기자금이 친족이나 친지 간 현금거래로 이뤄졌을 경우 추적이 쉽지 않아 맹탕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의원들의 충실한 자료 제출 없이는 제대로 된 조사가 불가능하다.
법안 처리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여야가 약속한 사안이 어겨지는 경우는 국회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전수조사 자체에 대해서는 여야가 필요성을 느끼고 합의를 했지만 방식에 문제를 삼으면 이 약속은 어쩔 수 없이 지킬 수 없는 사안이 돼버린다. 또 여야는 이런 사안에 대해 정치력을 발휘하지 않는다.
선거가 끝났다고 정치권이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에 대해 은근슬쩍 넘어가는 모양새지만 아직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남아있다. 부동산 문제는 삶의 문제이고 LH 문제 역시 잊히지 않을 사건이다. 이번 선거에서 확인한 것처럼 민심은 무서운 판단을 내린다.
지도부 구성을 마무리한 여야가 지금이라도 스스로가 약속한 국회의원 부동산 전수조사를 시행해 정치에 대한 불신을 잠재워야 할 때다. 국회의원 전수조사가 국면전환용 카드가 아니었다면,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를 기대해본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