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백신 확보를 위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의 미국행과 국민의힘의 자체 방미대표단 파견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라 망신', '전시성 외유'등 소위 보여주기식 방미라는 지적이다.
13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황 전 대표의 미국행을 두고 "나라 망신"이라며 "고위 관료나 전문가들이 볼 때 대한민국 전직 총리가 와서 대한민국 욕을 한다라는 건 말도 안 되는 것이지 않냐"고 밝혔다.
황 전 대표는 지난 5일부터 미국을 7박 8일 일정으로 방문해 캠벨 조정관과 마크 내퍼 국무부 부차관보 등 행정부 인사를 비롯해 정계, 재계, 싱크탱크 관계자 등을 두루 만났다. 그러나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특파원 간담회 자리에서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이 자리에서 황 전 대표는 "굳건한 한·미동맹의 상징적 차원에서라도 백신 1000만회분에 대한 지원을 (미국에) 부탁했다"며 "국민의힘 소속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있는 서울·부산·제주 등이라도 부탁했다"고 전해 여권이 비판에 나선 것이다.
윤 의원은 황 전 대표가 미국인사들에게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이 있는 서울, 부산, 제주에 지원해달라고 했다고 한 데 대해 "정말 어이가 없다"며 "대한민국을 구하겠다고 가신 분이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을 구하겠다고 치환했다"고 지적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57년생 황 총리께서 공항서 출국할 때 가방 짊어지고 가길래 백신 구하러 가는 거 아닌가 걱정했다"며 "오늘부터 57년생도 백신 예약받고 있으니 어서 돌아와 서둘러 예약하고 6월7일부터 접종 받으시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야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역시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의 백신 우선 공급을 요청한 발언이 문제였다. 황 전 대표가 정치 재개를 위한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 무리한 발언과 행보를 두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황 전 대표께서는 자중하기 바란다"며 "아무리 대권행보가 급했다지만 미국까지 가서 국민의힘 단체장이 있는 서울, 부산, 제주라도 백신을 달라니 국민의힘 단체장이 있는 지역 국민만 국민이냐"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나라 망신도 이런 망신이 어디있냐"며 "코로나로 상처받고 힘들어 하는 국민 앞에서 백신까지도 편가르기 도구로 이용하는 전직 총리의 어설픈 백신 정치가 국민들을 얼마나 짜증나게 하고 있는지 깨닫기 바란다"고 말했다.
사태가 커지자 황 전 대표는 즉각 "제 진심이 잘못 전달된 것 같아 황당하고 미안하다"며 "여당은 '백신외교를 함께 하자'는 야당의 제안을 거절해 더욱 적극적으로 협상을 하라고 압박을 하고자 몇가지 예를 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오로지 청와대, 정부, 여당을 독려하기 위한 수사였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장 의원도 재차 글을 올리며 "편가르기 의도가 아니였다니 무척 다행"이라면서도 "본인의 의도와는 달리 황 대표님의 모든 발언이나 행동은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한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고 답변했다.
국민의힘이 자체 파견한 백신사절단도 여당의 비판을 받고 있다. 12일(현지시각) 미국에 도착한 박진·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전참전용사비 헌화로 일정을 시작해 미국 공화당의 영 김, 미셀 스틸 의원을 면담했다. 이들은 미국 의회와 행정부, 윌슨센터 등 싱크탱크 인사들을 만나 한미 백신스와프, 백신 허브 조성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야당의 백신사절단이 실익 없는 보여주기에 불과하고 비판하고 있다. 전혜숙 민주당 최고의원은 "상당한 전시성 외유"라며 "정부 예산이 들어가는 건데 우리 국회의원들 몇 명이 가서 우리 백신을 주라고 해서 주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본인들이 더 잘 알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용빈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혼선만 초래할 것"이라며 "지금껏 국민의힘은 백신의 부작용에 대해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백신 불안감을 키우더니 최근에는 백신 보릿고개를 운운하며 마치 백신 부족 사태가 일어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백신 확보를 위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의 미국행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황 전 대표가 지난 11일 미국 현지에서 마크 내퍼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와 만난 모습. 사진/황교안 페이스북 캡처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