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국내 증시에 4개월 만에 유입됐던 외국인 자금이 이달 들어 급격히 다시 빠지고 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공포심이 국내 증시에 주축을 담당하고 있는 성장주에 대한 부담감을 키운 영향이 크다. 증권가에선 외국인 자금 유입을 위해선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 반등이 중요하다며 6월에는 외국인 수급 개선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주(10~14일) 5거래일간 코스피 시장에서 6조3584억원을 순매도했다. 주간 기준 외국인 순매도 역대 최대 규모다.
외국인의 매도세에 성장주들의 주가도 큰 폭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각각 2.20%, 8.49% 빠졌으며,
NAVER(035420), 카카오,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도 4~7% 하락했다.
관련 지수도 크게 내렸다. 이 기간 코스피는 1.37% 하락했는데, KRX 반도체 지수(-3.09%)는 코스피 대비 2배 이상 내렸다. KRX 2차전지와 KRX 인터넷 K-뉴딜 지수는 각각 4.79%, 4.61%씩 감소했다.
이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감이 확대된 탓으로 풀이된다. 지난 12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로 10여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물가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금리가 인상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물가와 금리 상승은 미래 기대 수익에 타격을 주는 만큼, 밸류에이션이 높은 성장주나 기술주에 악영향을 준다.
반도체 업종의 경우 지난 13일 정부와 반도체 업체들이 510조원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음에도 눈에 띄는 상승세들 보이지 못했다. 글로벌 반도체 칩 부족 현상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까닭이다. 특히 대만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령이 반도체 부족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감에 대만과 한국의 반도체 업종 약세가 두드러졌다.
반도체 공급부족에 자동차주들도 박스권을 맴돌고 있다.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는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으며, 3개월째 박스권에 갇혀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안에 따른 생산량 감소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반도체 이슈 등으로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증권가에선 5월 이후 반도체 공급 부족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창용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서버 등 세트 제품 출하 제한과 자동차 생산 중단 노이즈가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은 5월에 정점을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외국인의 증시 전반적인 매수 유입은 반도체, 자동차 업종에 달려 있다고 판단된다”며 “5월 반도체 부족이 정점을 통과하고 나면 반도체, 자동차 업종으로의 외국인 수급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연구원이 Micro LED 개발라인에서 유리 배선검사기에 기판을 올려 검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