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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생활법률)주차난에 따른 주차시비, 그리고 법적 책임
입력 : 2021-05-28 오전 6:00:00
최근 주차 시비(이른바 ‘주차 테러’)와 관련된 논란이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논란이 확대된 일부 사건의 경우는 언론에 공개되는 등 국민적 관심도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아파트나 빌라 등 공동주택의 경우 만성적인 주차공간 부족으로 이중주차 또는 무단주차 등 여러 주차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반 주차장이나 공동주택 등의 출입로 등에 다른 차의 진출을 막고 주차하는 방법으로 다른 차들을 이동할 수 없도록 하는 소위 ‘길막 주차’ 또는 ‘보복 주차’의 경우 어떻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주차와 관련해 검토할 수 있는 법은 도로교통법에 따른 불법 주차, 자동차 관리법에 따른 방치차량 조치, 형법에 따른 일반교통방해죄와 재물손괴죄 등이다. 
 
우선 도로교통법은 그 적용대상이 ‘도로’에 한정된다. 아파트 단지 내의 이동로나 주차장은 대부분 도로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자동차 관리법은 차량을 타인의 토지 등에 방치할 경우 차량에 대해 폐차 요청 등의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방치로 인정되기까지의 기간이 2개월 이상이므로 근본적인 문제해결에는 어려움이 있다.
 
형법의 일반교통방해죄의 경우 ‘육로교통’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다. 일부 하급심은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해 유죄를 선고하기도 했으나, 통상 육로는 불특정 다수가 통행할 수 있는 공공성을 띤 장소로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그 적용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차량(장애물)을 놓아두어 장시간 운행을 하지 못하게 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하여 차량 본래의 효용을 해한 경우에 해당하여 형법상 재물손괴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2021. 5. 7. 대법원 2019도13764 판결).
 
형법 제366조는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여기에서 ‘기타 방법’이란 손괴 또는 은닉에 준하는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하여 재물 등의 효용을 해하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재물의 효용을 해한다’고 함은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 그 재물을 본래의 사용목적에 제공할 수 없게 하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말하며, 일시적으로 그 재물을 이용할 수 없거나 구체적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도 포함한다”고 판시하였다. 피해자의 승용차에 물질적인 형태의 변경이나 멸실, 감손이 초래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차량 본래의 효용을 해한 경우로 보았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판결이라 하겠다. 
 
최근의 주차시비 문제의 심각성을 반영하여 관련 입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한 국회의원의 경우 ‘주차장법’에 따른 부설주차장 출입구로부터 5m 이내인 곳으로서 주차구획에 해당하지 않는 곳을 주차금지 장소에 추가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른바 주차장테러방지법)을 발의하여 계류중이다. 또한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는 공동주택 내 주차질서를 어지럽힐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에 주차하는 경우는 사적 공간이라도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으므로, 이를 참고하여 그 영역을 확대하자는 취지이다.  
 
주차난으로 인한 갈등은 충분한 주차면 확보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그러나 예산과 인력의 한계로 중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 전에 당사자간에 자율적인 갈등해소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앞서 언급한 법적 정비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하겠다.  
 
이진우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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