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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보수를 다시 생각해본다
문재인정부는 보수정부, 국민의힘이 진보세력
입력 : 2021-06-03 오후 6:03:48
1. 역사의 흐름
 
서력 1년// 예수 그리스도 탄생 당시 로마제국은 사회질서를 주도하는 보수였고, 예수로 대표되는 기독교 세력은 사회변혁을 꿈꾸는 진보였다. 기독교는 수세기 로마제국의 탄압을 받으면서도 끝내 살아남았고 로마의 국교가 됐다. 이후 로마는 분열돼 지금의 유럽이 된다.
 
중세// 로마의 교황을 정점으로 한 기독교는 전 유럽을 지배한 보수세력이었다. 전제군주(왕)을 중심으로 한 왕정세력은 그 현상을 타파하려는 진보세력이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기독교는 분열됐고, 르세상스와 합리주의의 시대가 열리며 왕정세력은 종교의 지배에서 벗어났다.
 
17~18세기(프랑스 대혁명)// 태양왕 루이14세로 대표되는 왕정은 대항해시대 등을 거치며 귀족들과 결합해 절대 권위를 확보했다. 이에 대항한 것은 자본가 계급이었다. 그들이 주도한 시민혁명은 왕들을 단두대에 보냈고, 공화국이 등장한다.
 
19세기~// 소위 ‘보이지 않는 손’을 추종하는 자본주의는 사람의 가치마저 돈으로 환산하는 천민자본주의가 된다. 그에 대한 반발이 공산주의이며, 이는 정부의 시장개입을 강조하는 수정자본주의의 등장으로 연결된다.
 
1970년대 세계적 불황이 오면서 1980년 레이거노믹스의 근간인 신자유주의가 득세한다. 이른바 '세계화'나 '자유화'라는 용어도 신자유주의의 산물이다. 그렇지만 이 역시 글로벌 빈부격차 확대 및 양극화를 초래했다. 다시 정부의 시장개입을 강조하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결국 진보와 보수는 특정 이념이나 선과 악의 관계가 아니다. 당시 시대를 지배하는 헤게모니(지배력, 패권)를 두고, 그것을 지키려는 세력과 변화시키려는 세력의 차이다. 그 헤게모니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보수세력이 힘을 유지하는 것이고, 문제가 발생하면 진보세력이 우위를 점하게 되는 것이다.
 
어제의 진보가 권력을 얻으면 오늘의 보수가 되고, 다시 권력을 잃으면 미래의 진보가 되는 논리다.
 
2. 한국의 경우
 
해방 후 한국 현대사를 지배하는 헤게모니는 ‘반공’과 ‘경제성장’이었다. 이를 능률적으로 이끌어 온 것이 바로 군부독재 세력이었다. 한국은 일종의 병영국가가 돼, ‘돌격 앞으로’를 외쳤다. 국민들은 ‘잘살아보세’라는 구호 앞에 인권과 민주주의를 다소 희생하더라도 참고 인내하며 군부독재 세력의 집권에 동의했다.
 
1980년을 기점으로 남북한의 격차는 벌어지고, 한국의 경제규모도 일정 고지에 올라섰다. 동시에 기존 군부독재 세력의 통치방식으로는 국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었고, 이는 1987년 민주세력의 집권으로 이어진다.
 
현재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 국민의힘 모두 민주화세력을 기반으로 한다. 다만 전두환, 노태우 등 과거 군부독재세력 포용 여부에서 그들의 길이 보수와 진보로 어긋났을 뿐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양 측은 노태우-김영삼, 김대중-노무현, 이명박-박근혜로 10년 주기로 정권을 서로 주고받으며 각자의 정체성을 강화시켰다.
 
김영삼정부는 IMF라는 대형 참사로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노무현정부는 집값폭등과 ‘모든 게 노무현 탓’으로 대표되는 대규모 민심이탈로 실패했다. 박근혜정부는 ‘국정농단’으로 자기 임기조차 채우지 못했다.
 
이제 다시 민주당 문재인정부 5년이 지난다. 코로나19 극복과 'K-브랜드‘ 등 확연한 국격 상향은 치적으로 꼽을 수 있지만, 부동산 폭등과 내로남불 논란, ’벼락거지‘ 양극화 심화는 다소 아쉽다. 과연 다음 5년 국민들의 선택은 어떻게 될 것인가. 문재인정부의 성과를 인정하고 다시 힘을 실어줄 것인가. 아니면 변화를 택할 것인가.
 
3. 다시 진보와 보수
 
보수는 현재 주도권을 갖고 지킬 것이 있는 세력들이며, 진보는 가진 것이 없어 현상을 타파해 무언가를 얻으려고 하는 세력이다.
 
그렇기에 20대가 보수화 됐다는 이야기는 옳지 않다. 그들은 가진 것이 없기에 보수가 될 수 없다. 사실은 40~50대가 보수다. 그들은 가진 것이 있으며 지켜야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구조에서 이익을 확보한 보수 세력은 안정을 추구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없는 자들을 위한 정책을 적극 펼치곤 한다.
 
현대 복지국가를 독일의 보수정치인 비스마르크가 주도하고, 한국의 의료보험을 박정희정부가 시작하고, 미국에서 부자들이 ‘부유세’ 도입을 앞장 선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일부 분배를 통해 현 질서를 유지시키는 것이 그들에게도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결론이다. 진보와 보수는 결코 선과 악의 관계가 아니다.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 보수고, 없는 자들이 진보다. 기득권을 지키고 현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적절한 분배를 할 수 있다면 보수는 유지되고, 그게 안되면 진보에 권력을 뺏긴다. 그래서 문재인정부는 보수정부이며, 국민의힘이 진보세력이다.
 
  
이성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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