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조남관 신임 법무연수원 원장이 11일 "검찰 개혁은 정치적 중립과 함께 추진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남관 원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법무연수원장으로 부임하기 전 대검 차장검사로, 그리고 3개월여 동안 총장 직무대행을 근무하면서 느낀 소회를 먼저 말씀드리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대해 "현재 추진되는 검찰 개혁은 국민의 명령으로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고, 검찰 개혁은 타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찾아서 나아가야 한다"며 "그래야 검찰 개혁이 표류하지 않고 중심을 잡아서 한 걸음씩 의미 있는 전진을 할 수 있고,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또 "검찰 개혁은 정치적 중립이란 검찰의 고유한 가치와 함께 추진돼야 성공할 수 있다"며 "검찰 개혁과 정치적 중립은 '검찰'이란 마차를 굴러가게 하는 두 개의 수레바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중립이 보장되지 않는 검찰 개혁은 권력에 대한 부패 수사 대응 역량 약화를 초래해 검찰 본연의 가치인 정의와 공정을 세울 수 없다"며 "검찰 개혁이 없는 정치적 중립은 권한의 분산과 균형이 이뤄지지 않아 검찰공화국이란 오명을 벗어나기 어렵고, 집중된 검찰권 행사의 통제가 이뤄지지 않아 제 식구 감싸기의 굴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권력 앞에서는 한없이 굽신거린 적이 있었고, 국민 앞에서는 오만하게 군림하려고 했던 것이 지난 법무·검찰의 오욕의 역사였다"며 "이제는 권력 앞에서 비굴하지 않고, 국민 앞에서는 사회적 약자의 억울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업무에 임할 때 법무·검찰이 지향하는 정의와 인권의 가치가 활짝 꽃 피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조 원장은 '만일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으면 사람들에게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감을 나눠주는 등 일을 하기 전에 먼저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주라'는 소설가 생텍쥐페리의 말을 인용하면서 "마찬가지로 연수원에서 훌륭한 법무행정의 인재를 길러내려면 법률이나 판례, 업무 매뉴얼 등을 습득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전에 정의와 인권에 대한 한없는 열정과 가치관을 심어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수사권 조정 등 새 형사사법 체계의 안착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강조하는 '공존의 정의'도 언급했다
조 원장은 "현재 형사사법과 관련된 법령, 제도, 관행 등이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고, 최근 법 개정으로 더욱 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달라지는 사법 환경에 따른 법규의 해석 적용과 매뉴얼 정립 등을 지원하고, 실무상 예상되는 쟁점들을 잘 살펴서 교육과정에 충실히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블록체인, 가상화폐 등 IT 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인간의 생활은 풍요롭고 편리해진 반면, 인터넷을 통한 디지털, 사이버 범죄는 훨씬 대담해지고 광역화하고 있다"며 "이러한 범죄에 대응해 IDEAS 3.0(통합디지털 증거분석시스템), MFA 4.0(모바일포렌직분석시스템) 등 첨단 과학수사 기법을 연마해 시대에 흐름에 따른 전문화된 과학수사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국가 형벌권을 집행하는 법무행정에 종사하는 공직자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 수사하고, 형을 집행·관찰하는 과정에서 억울함이 없는지 한 번 더 살펴보고, 죄가 발생하게 된 사회적 배경도 잘 고려하여 따뜻한 마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교정 분야에서는 정신질환자, 성 소수자 등 수용자 특성에 맞는 교정 인권 교육을 심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이와 같이 인권감수성 교육 확대를 통한 인권친화적인 법무행정이 장관께서 강조하시는 '국민이 공감하는 공존의 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4일 단행된 대검검사급 검사 인사에서 조 원장은 대검찰청 차장검사에서 연수원장으로 보임됐다. 또 구본선 광주고검장과 강남일 대전고검장은 연수원 용인분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받는 등 현직 고검장 4명 중 3명이 연수원으로 전보됐다.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투기 조사·수사 중간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