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장원 기자] 36세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탄생으로 촉발된 정치권 세대 교체론이 이른바 '86세대 용퇴론'을 또다시 소환하고 있다. 이 대표 선출을 계기로 세대를 넘어 아예 정치 주류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 당선 배경으로 기존 정치에 대한 불만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구체적으로는 현 정치 주류인 '민주당 86세대'에 대한 2030세대의 분노가 '국민의힘 이준석'이라는 인물에 그대로 투영됐다는 것이다.
86세대는 80년대 학번, 60대생을 지칭하는 말로, 20대에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던 세력을 의미한다. 민주화는 쟁취하면서도, 부모 세대의 산업화 혜택을 받아 정치와 사회의 주류 세력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기성세대가 된 지금 청년들의 불만과 요구를 외면하고 오히려 가르치려는 권위주의적인 태도을 보여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 2019년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86세대 정치인을 향한 '내로남불', '기득권' 비판이 이제는 손 쓸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조국사태 이후 대표적 86세대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정계은퇴를 선언이 민주당 내 86그룹에 대한 정계 은퇴 요구 목소리로 이어진 점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당시 86세대 정치인들은 용퇴론을 거부했다. 이인영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86세대 용퇴론'에 관한 입장을 묻는 말에 "개개인의 거취 문제가 아니라 우리 정치의 가치나 구조를 어떻게 바꾸고 혁신할 것인지에 대한 지혜가 있을 수 있다"라며 "그런 차원의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특히 86세대 '맏형'인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조국 전 장관 사태 이후에 우리 세대에 대해 이런저런 질타가 쏟아졌다"라며 "우리가 무슨 자리를 놓고 정치 기득권화가 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약간 모욕감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라고 했다.
86세대가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을 외면한 결과는 지난 4·7재보궐 선거의 참패였다. 민주당 주류 86세대에 분노한 2030세대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를 지지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지난 5월 86세대인 송영길 당 대표를 선출하면서 공고한 기득권을 여실히 드러냈다.
36세의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의 탄생이 기존 정치 주류인 '86세대 용퇴론'까지 다시 소환하고 있다. 사진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대변인 공개오디션 관련 회의에 참석하는 이 대표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준석 당 대표'가 '86세대 용퇴론'을 다시 불러내는 바탕에는 민주당을 둘러싼 정치지형 변화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갑석 의원은 1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87년 체제 이후에 34년이 지났고, 최초 민주당 집권만으로 보면 24년이 지났다"라며 "이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세대가 드디어 등장을 했다"라고 분석했다.
송 의원에 따르면 민주당이 '조국 사태'가 불거진 2019년 8월과 4·7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자체적으로 정치지형 변화를 조사한 결과 민주당을 떠올리는 표현 가운데 '친북·빨갱이· 좌파'라는 말들이 사라짐과 동시에 '민주적·민주주의'라는 말도 함께 사라졌다.
송 의원은 "민주적·민주주의는 민주당이 수십 년 동안 지켜온 당의 정체성"이라며 "2030세대는 그것을 민주당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로남불' 비판에 대해선 "저희가 상대적으로 개혁의 가치를 더 주장했기 때문에 민주당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훨씬 엄격할 수밖에 없다"라며 "민주당은 억울해할 것이 아니라 당의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인정했다.
36세의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의 탄생이 기존 정치 주류인 '86세대 용퇴론'까지 다시 소환하고 있다. 사진은 11일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에 방역 소독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문장원 기자 moon334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