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자신을 둘러싼 'X파일' 논란에 무대응 기조를 유지했다. 오히려 추가적인 캠프 인선으로 대권 행보를 차질 없이 준비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윤 전 총장 스스로 일관성 있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쏟아지는 의혹들을 직접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1일 윤 전 총장 캠프의 이상록 대변인은 '윤석열 X파일' 논란에는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박근혜 정부에서 일한 이석준 전 청와대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이 캠프에 합류한다고 알렸다. 다만, 아직 그의 직책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 대변인은 "이 전 실장은 30년 넘게 공직에서 예산, 재정 등 나라 살림을 맡아왔다"며 "다양한 국정 경험을 살려 캠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실장은 제26회에 행정고시에 합격해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제2차관을 역임한 예산통이다.
이는 X파일의 실체 여부가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일이 대응하기보다는 대권 행보를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20일 이동훈 전 대변인이 10일 만에 사퇴하면서 캠프가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깜짝 인사로 위기를 수습한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는 후보자가 모든 논란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것은 준비가 안됐거나 자질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윤 전 총장 측은 제 갈 길을 간다는 입장이지만, 국민들이 보기엔 논란에 대응하지 않는 모습이 언론 검증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처럼 보여 피로감만 준다는 지적이다.
최진 대통령연구원장은 "지금쯤은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내서 본인의 역량과 도와주고 있는 사람들을 드러내고 검증을 받기 시작해야 한다"며 "본인의 인적과 물적 역량을 국민 앞에 드러내고 평가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신비주의 전략을 유지하다가 '뒤늦게' 결정적인 실수를 하면 오히려 국민들의 좌절감은 배가 된다"고 덧붙였다.
또 대권 출마 날짜, 민생투어 일정부터 현재 두루뭉술하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언정치의 기간이 너무 길어 기대감은 높은데 향후 본인의 시대정신, 부동산 정책, 대한민국 비전에 대해 메시지가 정확하지 않을 땐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완전히 국민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X파일 내용을 못 봤어도 관련 내용 파악되면 향후에 소상히 말하겠다', '대변인은 이런 이유로 뽑았다' 등 구체적으로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윤 전 총장이 계획하고 있는 민생투어가 시간끌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 전 총장 측은 6월 말에서 7월 초에 예정대로 공식적인 대선 출마 선언을 한다는 목표다. 이어 출마 선언 이후에는 전국 민생투어에 나서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박 평론가는 "필요할 때마다 국민을 언급하는 것은 명분으로는 옳지만 결국 국민을 이용했던 과거 선례가 강하게 남아있어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며 "국민들의 의견이 다양한 만큼 결국 시간끌기라는 비판이 적지 않아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5000만 국민인데 민생투어 불과 1~2주 만에 모든 국민을 만날 수가 없다"며 "정치하라는 국민, 정치하지 말라는 국민, 국민의힘에 입당하라는 국민, 입당하지 말라는 국민 등 생각이 다양한데 사공이 많으면 오히려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을 알 텐데 결과는 정해져 있을 것"이라고 했다.
21일 윤 전 총장 캠프의 이상록 대변인은 윤석열 X파일 논란에는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박근혜 정부에서 일한 이석준 전 청와대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이 캠프에 합류한다고 알렸다. 사진/뉴시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