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을 통해 추진 중인 과징금 상향에 대해 글로벌 기준에 따른 역차별 해소의 계기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용자 보호를 위해 과제로 떠오른 형식적 동의제도와 분쟁조정제도 실질화 등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윤종인 위원장은 28일 한국법제연구원이 주최한 입법정책포럼에 참석해 "(개인정보보호 위반) 기업 과징금은 국제적 기준에 맞출 필요가 있다"며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과징금을 전체 매출의 약 5%를 받는 사이 국내에 들어오는 해외 기업은 '관련' 매출의 3%를 받을 뿐이다. 개정안으로 역차별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종인 개인정보위 위원장이 28일 한국법제연구원이 주최한 입법정책포럼에서 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생중계 캡처
개인정보위는 올해 개인정보법 2차 개정을 추진하며 법안 위반 시 업무 담당자의 형벌 제재 대신 경제벌 제재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과정에서 과징금 부과 기준을 위반 행위 관련 매출의 3% 이하에서 전체 매출의 3% 이하로 변경했다. 사업자들은 형벌 제재 부담 감소는 환영하지만 과징금 기준을 과도하게 상향하는 것이라며 반발 중이다. 이러한 사업자 우려에 개인정보위는 개정안에 과징금 부과 시 '위반행위와 상응하는 비례성'이라는 문구를 넣어 그 기준을 명확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위반 행위 내용 및 정도, 기간·횟수, 위반행위로 취득한 이익 규모 등 고려 요소를 확대했다.
윤종인 위원장은 과징금 부과 기준 상향이 국제적 추세를 따라 국내외 기업의 역차별 문제를 해소할 것이라 강조했다. 유럽연합 일반개인정보보호법(EU GDPR)은 법 위반 시 전체 매출의 4% 이내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다. 중국·캐나다도 개인정보법을 제·개정하며 전체 매출의 5%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윤 위원장은 "개정안의 과징금 기준이 전체 매출이더라도 비례성, 효과성 원칙을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며 "법에도 그러한 원칙을 명시했다. 시행령에 담을 내용도 사전에 공개하고 투명하게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개인정보위가 올초 발표한 개인정보위 2021년 주요 추진과제. 표/뉴스토마토
개인정보위는 이번 개인정보법 개정을 통해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동의제도를 개선하고, 분쟁조정제도의 실질화도 추진한다. 모바일 앱 등에서 형식적으로 동의를 받는 개인정보처리방침에 대한 이용자 통제권을 보장하는 방향이다. 이를 위해 '필수동의' 규정을 정비하고, '개인정보처리방침 평가제'를 도입해 장황한 개인정보처리방침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바꿀 예정이다. 분쟁조정제도 실질화는 분쟁조정 대상자가 조정안에 대해 일정기간 수락 여부를 표현하지 않으면 수락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다.
이외에도 개인정보 이동권 도입, 자동화 의사결정에 대응권 도입, 개인정보 침해 조사·제재 기능 강화 등을 포함한 개인정보법 2차 개정안에 대한 국회 논의를 하반기에 시작할 계획이다. 법 개정일부터 6개월 이내에 시행하지만, 사안별로 준비 기간을 두고 1~2년 이내에 시행하는 내용도 있다. 윤 위원장은 "어떤 나라가 데이터 주권을 보호하느냐가 향후 우리 경제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이러한 고민을 담아 2차 개정안을 준비했다. 아직 부처협의가 끝나지 않은 문항도 있지만 당초 입법예고안에서 의견을 수렴하며 조정된 안을 담았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