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김부겸 국무총리가 여야 합의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검토할 수 있다고 한 발 물러서면서 당정간 이견을 보였던 지원 대상이 조만간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당의 전국민 지원 기조가 홍남기 경제부총리 해임 카드로까지 이어질 조짐을 보이자 일단 총리 선에서 여야 합의 단서를 달고 교통정리에 돌입한 모양새다.
김 총리는 15일 오후 "여야가 합의해서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요청한다면 당연히 정부로서는 그 요청을 중요히 여길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재검토) 과정에서 왜 재정 당국이 이렇게 고민했는지, 또 국민이 원하는 것은 모두 똑같이 나눠달라는 것인지, 아니면 조금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 두텁게 지원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김 총리를 비롯한 정부 측이 '소득하위 80% 지급'을 고수했던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같은 날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정부 측에서는 '소득하위 80% 지급'을 고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총리는 이날 오전질의에서 민주당 어기구 의원이 "K-방역에 협조하는 국민을 위해서 전국민 재난지원금으로 가능하겠나"라고 묻자 "절규하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지원이 시급하다"라며 "여력이 있을 때 의원님 말처럼 고통 속에 함께 견디는 위로금을 지원하는 순서가 되어야 한다"라고 답했다. 기존 '소득하위 80% 지급'을 고수한 것이다.
또 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전국민 재난지원금으로 결정해 추경 확대를 고려할 수 있냐"고 재차 묻자 "국회에서 결정할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추경 증액 문제를 쉽게 말씀드릴 수는 없다"라고 발을 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오전 질의에서 이번 추경안 틀 내에서 수정은 가능하지만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위한 추경 증액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홍 부총리는 신용카드 캐시백 정책에 온라인과 배달서비스를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추경안 수정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당론으로 결정하면서 추경 규모를 줄이기 위해 캐시백 정책을 폐지하고 이 재원(1.1조원)을 전국민 재난지원금으로 사용하자고 결정한 바 있다. 홍 부총리는 캐시백 정책을 일부 수정하는 방식을 고수하며 전국민 재난지원금 불가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홍 부총리는 "소상공인이 배달로 매출을 올리는 경우 (캐시백을) 검토하겠다"며 "배달서비스와 온라인 매출 서비스도 포함한다고 의견이 모아지면 국회와 계수 조정 과정에서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추경 원점 재검토'를 주장했지만 정부가 수용하지 않자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보호 정책 예산 증액에 나섰다.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은 "추경안을 편성할 때 한달 전 거리두기 2단계를 기준으로 설계했다"라며 "(4단계인 현 상황과 맞지 않으니) 한 달쯤 미루더라도 예산을 다시 편성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 의원은 '원점 재검토'를 언급만 했을 뿐 소상공인 관련 보호 정책 증액, 확대 검토 등을 중점적으로 질의했다.
이날 김 총리는 전날 소득하위 80% 지급을 고수하는 과정에서 "(고소득자들에게) 사회적 기여를 한다는자부심을 돌려드릴 수 있다"고 발언한 데 유감을 표명했다. 김 총리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이 "유감을 표명할 수 있냐"고 묻자 "표현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사회적인 연대를 위해 양보해주십사 하는 취지였는데 제가 부족했다"고 밝혔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여야 합의 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검토할 수 있다고 한 발 물러섰다. 사진은 김부겸 국무총리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를 듣고 있는 모습. 사진/공동취재사진단
당정과 여야 합의가 이뤄질 경우 재난지원금 내용이 담긴 4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은 오는 2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최종 심의를 거친 뒤 본회의에서 처리된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