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 코로나19 예방접종 위탁의료기관에서 50세 미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에 대한 화이자 백신 교차접종이 이뤄지기 앞서 의료진이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코로나19 백신을 교차접종했을 때 동일 백신 2회 접종보다 우수한 예방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론적으로 설득력이 있다는 주장과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는 신중론이 동시에 나온다.
17일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영국, 스페인, 독일 등 각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교차접종한 결과 같은 백신을 두 차례 접종했을 때보다 강한 면역반응이 유발됐다.
교차접종 연구는 모두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백신으로 이뤄졌다. 각각의 연구에선 교차접종이 단일 백신 2회 접종보다 우수한 면역반응을 일으킨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스페인 연구에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자에 비해 중화항체를 37배, T세포라고 불리는 면역세포를 4배 더 많이 생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선 한국보건의료연구원과 대한의학회도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이 같은 결과를 확보하기도 했다.
국내외 연구에선 교차접종 면역반응이 단일 백신 접종에 비해 우수하다는 공통적인 결과가 나왔지만 부작용 측면에선 다른 양상을 보였다.
영국 연구에선 같은 두 번 투여했을 때보다 더 많은 부작용을 유발했지만 독일, 스페인에서 수행된 연구 결과를 보면 교차접종 부작용이 단일 백신 접종에 비해 나쁘지 않았다. 부작용 발생의 차이는 연구마다 다르게 설정된 접종 간격에서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교차접종에서 단일 백신 접종에 비해 효과가 좋은 것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T세포 반응을 유도하고 화이자 백신이 높은 수준의 항체 생성을 유도하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천은미 이화여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론적으로 투 트랙으로 면역을 자극하는 것인데, (교차접종이) 세포면역과 중화항체를 같이 올려서 효과가 있다고 본다"라며 "백신 수급이 충분하다면 본인 의사에 따라 교차접종을 하는 방안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차접종 연구 자체가 팬데믹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진행된 만큼 추가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특히 부작용과 관련해선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로 단언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반적인 조건이라면 교차접종 임상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겠지만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이라 불가피하게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각각의 백신 접종에 따른 이상반응 데이터는 임상을 통해 확보했지만 교차접종으로 인한 부작용 데이터는 충분하지 않다"라며 "실제 접종 과정에서 쌓인 데이터를 참고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교차접종 연구 결과가 3만~4만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임상 3상 데이터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세계보건기구,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 의약품청(EMA) 등 규제기관이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는데 실험적인 수준으로 평가하고 몇몇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 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라며 "피 검사에서 나온 항체 데이터보다 언제까지 항체가 유지되는지와 실제로 환자가 발병하지 않는지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