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문장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일본의 과거사 문제 등과 관련한 잇따른 도발로 도쿄 올림픽 계기로 양국이 추진 중이던 한일정상회담을 갖지 않기로 했다. 양국이 바라는 '성과'가 처음부터 달랐던 만큼 예정된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19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최종 무산됐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19일 문재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계기 방일 및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최종 무산됐다고 밝혔다. 양국이 바라는 ‘성과’가 처음부터 달랐던 만큼 예정된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무엇보다 정상회담 성과 부분이 결정적 배경이 됐다는 게 박 수석의 설명이다. 박 수석은 "양국간 협의는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돼 상당한 이해의 접근은 있었다"며 "하지만 회담의 성과로 삼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며 그 밖의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수석은 "도쿄올림픽은 세계인의 평화 축제인 만큼, 일본이 올림픽을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개최하기를 희망한다"며 "우리 선수단도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이지만 그간 쌓아온 실력을 아낌없이 발휘하여 선전하고 건강하게 귀국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국은 그간 도쿄올림픽 개막일(23일)에 맞춰 도쿄에서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의 첫 대면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논의해왔다. 우리 정부는 '성과'를 전제로 문 대통령의 방일을 긍정 검토해왔지만, 일본 정부의 독도 영토 및 욱일기 도발이 계속되고 특히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의 '망언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소마 공사는 지난 15일 한 국내언론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의 한일관계 개선 노력을 '마스터베이션(자위행위)'로 표현해 물의를 빚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19일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어떠한 상황, 맥락 하에서 한 것이라도 외교관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이라며 인사조치를 시사했다.
이에 다수의 일본 언론은 "정상회담이 사실상 성사됐다"며 위안부와 징용 피해자 문제 등을 협의할 것으로 보도했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협상성과가 미흡하며, 막판에 대두된 회담의 장애에 대한 납득할만한 조치가 없는 상황"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번 정상회담 무산에 전문가들은 "성과있는 정상회담이 안되고, 국민들을 설득하기 어려워서 무산됐다"고 분석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성과에 대해 양국의 입장이 완전히 다르다"면서 "일본은 과거사 문제의 진전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한국은 수출규제문제 해제를 성과로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소마 공사의 발언이 여론에 굉장히 안 좋은 영향을 끼쳤다"면서 "(한국 정부의) 관계 개선 의지는 있었지만 일본 정부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우리가 굴욕적인 모습으로 갈 이유는 없지 않겠나'는 논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19일 문재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계기 방일 및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최종 무산됐다고 밝혔다. 양국이 바라는 ‘성과’가 처음부터 달랐던 만큼 예정된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사진은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가 외교부 청사로 초치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이성휘·문장원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