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서울 관악구청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입구부터 줄을 선 모습. 사진/동지훈 기자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더워도 너무 더워요. 검사받는 우리야 잠깐 기다리면 되지만 저 분들은 긴팔에 뙤약볕에 서 계시니 더 덥겠죠."
21일 서울 관악구청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코로나19 검사 대기줄에 있던 A(30대·남)씨는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A씨는 관악구 주민은 아니지만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는 회사 지침에 따라 검사소를 찾았다.
관악구청 임시선별검사소는 오전부터 붐볐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784명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운 데다 최근 인근 사우나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영향이다.
오전 10시를 넘기자 찾은 관악구청 임시선별검사소에는 입구부터 건물을 휘감는 줄이 생겼다.
B씨(30대·남)는 "구로구에 거주하지만 직장이 근처에 있어 관악구청 임시선별검사소에서 검사를 받는다"라며 "이달에만 두 번째"라고 귀띔했다. 곧 이어 대기줄에 합류한 C씨(70대·여)는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지난 5월에 이어 한 차례 검사를 더 받게 됐다.
QR코드로 문진표를 작성하고 검체 채취에 가까워지면 대기자 간 거리를 두라는 의료진 외침이 들렸다. 줄이 긴 만큼 인력도 많았다. 이날 오전 내내 2~3명의 검사인력은 꾸불꾸불한 대기줄을 오가며 "거리두기 지켜주세요"라는 말을 반복했다.
서울 중구 서울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 마련된 코로나19 검사자용 우산과 천막. 사진/동지훈 기자
이날 한낮 기온은 34도까지 올라갔다. 임시선별검사소는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설치돼 내리쬐는 햇빛을 직접 맞아 체감온도는 더 올라간다. 천막을 세워 그늘에서 대기할 수 있게 했지만 지열까지 더해져 후텁지근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열기를 막기 위한 방법들도 속속 동원되고 있다. 서울 중구는 천막 넘어서도 줄이 이어질 경우 햇빛을 가릴 수 있는 우산을 비치했다. 검사소 옆 공터에선 지원인력이 연신 바닥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
인근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D씨(60대·여)는 "코로나19 증상이 있어서가 아니라 직장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종각의 한 카페에서 일하는 E씨(20대·남) 역시 직장에서 검사를 받으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대기인원 옆을 지나던 검사인력 박씨는 "상업지구에 위치한 검사소라 근처에서 확진자가 나올 때는 검사량이 늘어난다"라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임시선별검사소 폭염 대책으로 △간편복 권장 △휴식공간 마련 및 특정시간 업무량 집중 방지 △운영시간 탄력운영(오후 2~4시 미운영) △그늘막·양산 비치 △냉방용품 지원 등을 시행 중이다.
근무자 폭염 피해 예방책으로는 긴팔 가운 4종 세트(KF94 동급 호흡기 보호구·장갑·방수성 긴팔가운·고글 또는 안면보호구)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박씨 역시 긴팔 가운에 장갑, 안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기존에 검사인력들이 착용했던 전신 보호복과 비교하면 한결 가벼워진 옷차림이었지만 천막 아래서 기다리는 사람들과 비교하면 중무장에 가까운 옷차림이었다. 덥지 않느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땀을 흘리면서도 "휴식 공간에 냉수도 있고 시원하게 쉴 수 있다"라고 귀띔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