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 중인 29일 오전 서울 강서구 국내선 청사가 여름 휴가철을 맞은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적용 이후 수도권 코로나 유행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당국 판단과 달리 수도권에서 확진자가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우점화를 보이고 있어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9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67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20일 국내 첫 코로나19 발생 이후 역대 최다 기록을 세운 전날 1895명보다 적지만 연일 1500명 안팎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당국은 4차 대유행 정점에 도달했다는 판단은 유보하면서도 현행 거리두기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파악했다.
이와 관련 박영준 역학조사팀장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와 비수도권 3단계가 잘 이행될 경우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그 이후에는 환자 발생률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수도권의 경우 4단계 적용이 2주 지난 시점에서 유행이 더는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국내 확진자 추이를 보면, 수도권은 소폭 하락세를 유지하는 반면 비수도권에서의 확진자 비중은 △6월27일~7월3일 18.9% △7월4~10일 19.5% △7월11~17일 26.6% △7월18~24일 34.0% 등으로 증가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대 의견을 내놓는다. 수도권에선 검사로 확인된 확진자 외에도 기저에 깔린 숫자가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천은미 이화여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금 겉으로 드러나는 확진자는 1~2주 이내에 감염된 분들"이라며 "8월 첫째 주 휴가기간이 지나가면 신규 확진자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 교수는 이스라엘, 영국 등의 사례를 들어 어느 순간 확진자가 대폭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료를 보면, 이스라엘은 올 1월 이후 백신 접종 효과가 나타나면서 6월 한 자릿수의 확진자를 기록했으나 델타 변이 확산으로 급격하게 증가하는 그래프를 보였다. 영국도 1월 7만명대로 정점을 찍은 뒤 5월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는 날도 있었다. 다만, 델타 변이 확산으로 5월 말부터 다시 확진자가 대거 늘어나 이달 들어서는 5만명대 확진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천 교수는 "델타 변이가 확산한 국가들을 보면 급격하게 증가해 미국에선 1주 만에 확진자가 세배 증가하기도 했다"라며 "우리나라 수도권 확산이 정체인 것 같지만 폭발 직전 단계라 어느 순간 확진자가 굉장히 많아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행 거리두기 효과를 분석하려면 요일별 확진자를 비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 코로나19 확산은 요일별로 다른 양상을 보여 거리두기 효과 등을 비교하려면 직전 주 같은 요일과 비교해야 하는데 확진자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현행 거리두기 체계가 2000명 내지 3000명 이상의 확진자 발생을 억제하는 부분적인 효과는 있지만 1000명 미만으로 떨어지는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다"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또 "수도권 거주자가 휴가차 지방으로 간 점 등을 감안하면 지금 확진자도 안심할 숫자는 아니다"라며 "거리두기 등 방역 정책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휴가철인 점을 감안하면 8월 중 신규 확진자가 2000명을 넘을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