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KT가 상반기에만 지난 2020년 한 해 동안 벌어들였던 수준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전문 자회사 출범으로 힘을 줬던 콘텐츠 사업과 인공지능(AI)·디지털전환(DX) 사업 등 플랫폼 신사업 매출이 늘었을 뿐만 아니라 본업인 통신사업에서도 5G 가입자 확대를 기반으로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을 끌어올린 덕분이다. KT는 설비투자(CAPEX) 확대 등으로 하반기 전망을 다소 보수적으로 잡았지만, 연간 성장세는 유지할 것이라 내다봤다.
2021년 2분기 KT 실적 요약
KT는 10일 2분기 실적 발표(컨퍼런스 콜)에서 상반기 영업이익이 92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20년 전체 영업이익인 1조1841억원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지난 2분기 스튜디오지니와 스토리위즈 등 콘텐츠 자회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3%, 인터넷TV(IPTV) 매출이 14.5%, AI·DX 사업 매출이 6.2% 늘어나는 등 플랫폼 신사업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 501만명을 기록한 5G 가입자에 힘입어 무선 통신 매출도 지난해 2분기보다 3.8% 늘었다.
상반기 좋은 실적으로 시장의 기대감이 높지만, KT는 연초 설정한 가이던스를 유지했다. CAPEX나 사업 비용 증가 등으로 하반기에는 상반기만큼의 성적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영진 KT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캐시카우 사업과 플랫폼 사업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면서도 "금융·미디어·콘텐츠·커머스 등 성장 사업의 비용 집행이 증가하고 4분기 계절성 비용 등을 생각하면 상반기 대비 하반기 영업이익은 보수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KT는 특히 하반기 CAPEX 집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 내다봤다. KT의 상반기 CAPEX는 8641억원이었는데, 이는 지난해 상반기(9670억원)보다 1029억원 줄어든 규모다. 하반기에 상반기 두 배 규모 투자를 단행해도 지난해(2조8720억원)보다 10%가량 감소한다. 이에 김 CFO는 "상반기 (CAPEX) 발주 규모만을 따지면 지난해보다 소폭 더 증가했다"며 "연간으로 보면 CAPEX 집행은 작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반기 다소 줄어든 영업이익을 예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KT는 연간 매출 성장세와 연간 영업이익 성장세는 유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CFO는 "하반기 캐시카우 사업과 플랫폼 사업의 성장세가 기대되고, 5G 신규 단말 출시로 ARPU도 증가 추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 출시될 주요 단말이 5G 전용 단말이다"며 "KT 기준 5G 보급률이 45%까지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KT는 지난달 상용화에 들어간 5G 단독모드(SA)의 미래가치에 대해서도 재차 강조했다. 5G SA는 단말 제어신호 처리와 데이터 처리 모두 LTE망을 거치지 않고 5G망만을 활용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김 CFO는 "SA가 저전력·저지연으로 전송속도 측면에서 강점을 갖고, 네트워크 슬라이싱 등 5G 본연의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필수 조건이라고 판단한다"며 "아직까지 SA가 보편화되지는 않았지만, SA 도입으로 자율차·스마트공장·증강현실(AR) 등 5G 융합 서비스가 개발되면 그 장점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 CFO는 "SA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적용할 수 있어 소규모 투자만 완료해 CAPEX에는 영향이 없고, 궁극적으로 LTE망이 없어지고 5G 단일망을 이용하게 된다면 운용비용(OPEX)은 감소할 전망"이라고 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