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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20대와 여성, 저소득층의 정신건강 지표가 악화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20대는 10명 가운데 4명이 중증 이상의 우울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백종우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코로나19 공중보건 위기에 따른 정신건강 및 사회심리 영향평가'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24일 밝혔다.
연구팀은 지난 3월26일부터 4월29일까지(청소년 4월22일~6월4일) 전국 광역시도에 거주하는 성인 및 14세 이상 청소년 1150명(청소년 85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한국보건의료원구원이 발주한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대유행이 국민의 심리, 정신보건 측면에 주는 영향력을 분석하고 공중보건 위기 상황 발생 시 필요한 정신보건적 지원 및 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한 방안 도출을 목적으로 추진됐다.
연구팀은 피험자 모집 경로, 조사 도구, 조사 플랫폼, 연구 데이터베이스, 연구 참여용 웹사이트 개발을 마치고 지난 1월부터 예비조사를 시행했다.
질문은 △우울 △불안 △사회적 지지 △일상생활 장애 △불면증 평가 △자살 경향성 △질병 취약성 인식 △백신 접종 의지와 백신 선택 기준 △사회적 거리두기와 예방 행동, 코로나19 관련 염려 △심리사회적 지원의 필요성 등으로 구성됐다.
연구 결과 우울과 불안 지표가 코로나19 유행 전에 비해 크게 악화했다. 특히 20~30대 젊은층과 여성의 해당 지표가 낮게 나타났다. 가계소득 300만원 이하인 저소득층의 정신건강 지표도 심각했다.
먼저 20대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우울 평균 점수가 높았다. 중증 이상 우울 위험군에서도 20대는 40.2%의 비율로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불안 평균 점수 역시 5.1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중증 이상 불안 위험군에서도 19.6%의 비율로 20대가 최상위층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유행 전 남성과 여성의 우울 위험군 비율은 10.1%, 10.4%(평균 점수 3.3, 3.7)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코로나19 유행 이후에는 24.4%, 31.5%(평균 점수 5.9, 6.5)로 여성 증가폭이 크게 나타났다. 남성과 여성의 불안 위험군 비율은 4.2%, 5.8%(평균 점수 2.0, 2.5)에서 11.5%, 16.6% (평균 점수 3.7, 4.6)로 증가했다.
연구팀은 저소득층의 정신건강 지표가 전반적으로 낮아 심각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유행 후 중증 이상 불안 위험군은 월수입 150만원 미만군과 300만원 미만군에서 각각 23.6%, 19.1%(평균 점수 5.8, 4.9)로 전체의 42.7%를 차지했다. 중증 이상 우울 위험군은 월수입 150만원 미만군과 300만원 미만군에서 각각 40.7%, 36.5%(평균 점수 9.5, 7.5)로 77.2%에 달했다. 반면 300만원 이상~500만원 미만군은 23.8%, 500만원 이상~800만원 미만군 21.4%, 800만원 이상군 16.5% 등 가계소득이 높을수록 중증 이상 우울 위험군 지표는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불안과 관련된 정신건강 지표에서도 20대는 평균 점수 5.1점으로 가장 높았다. 중증 이상 불안 위험군에서도 19.6%의 비율을 보여 모든 연령대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불안위험군 분율은 코로나19 유행 전 6.3%에서 코로나19 유행 후 19.6%로 크게 올랐다.
성별에 따른 불안 지표에선 여성이 남성에 비해 위험군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19 유행 전 남성과 여성의 불안 위험군 비율은 각각 4.2%, 5.8%(평균 점수 2.0, 2.5)였으나 코로나19 유행 후 11.5%, 16.6%(평균 점수 3.7, 4.6)으로 증가했다. 연구팀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코로나19로 인한 부정적인 정서 영향(불안)을 많이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가계소득별 불안 지표를 보면, 코로나19 유행 후 중증 이상 불안 위험군은 월수입 150만원 미만군과 300만원 미만군에서 각각 23.6%, 19.1%(평균 점수 5.8, 4.9)로 나타났다. 300만원 이상~500만원 미만군(8.8%), 500만원 이상~800만원 미만군(14.1%), 800만워너 이상군(6.6%)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백종우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울, 불안, 자살 생각 등 정신건강 문제가 전 연령과 계층에서 심각한 상황"이라며 "특히 젊은 층과 여성, 그리고 저소득층이 더욱 심각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서도 지난해 가을부터 자살이 급증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양육부담 증가와 비정규직, 실업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라며 "젊은 층, 여성, 저소득층의 고통이 큰 상황에서 실질적인 지원 강화와 함께 이들의 정신건강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데 정책적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