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역사에 설치된 노숙인 대상 얀센 코로나19 백신 접종 지원 안내 현수막. 사진/동지훈 기자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화이자와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이 주로 접종되면서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백신 쓰임새가 대폭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백신 폐기를 우려하면서 새로운 활용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자는 2만7400명이 추가돼 누적 3657만105명으로 집계됐다. 누적 2차 접종자는 2220만4741명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접종자 중 대부분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다. 이날 1차 접종을 마친 2만7400명 중 1만2254명이 화이자 백신을, 1만5010명이 모더나 백신을 맞았다. 99.5%가 두 종류의 백신을 맞은 셈이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백신 접종자는 각각 16명, 120명에 불과하다.
이 같은 백신 쏠림 현상은 최근 일주일로 범위를 넓혀도 같은 모습을 보인다.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백신에 따른 날짜별 접종자 분포 추이를 보면 △화이자 24만3010명→24만4049명→17만9065명→1만473명→8328명→2779명→1만2254명 △모더나 17만5050명→30만1835명→20만5504명→9710명→1만3338명→3742명→1만5010명 △아스트라제네카 250명→613명→149명→1명→1명→0명→16명 △얀센 9913명→1만1624명→4869명→200명→16명→4명→120명 등이다.
전문가들이 분석한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백신 기피는 부작용과 돌파감염 우려 때문이다. 두 백신 모두 혈전 관련 부작용 우려가 있어 사용 연령이 제한적인 데다 얀센 백신의 경우 돌파감염 비율이 10만명당 161.2%로 가장 높다.
실제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자 중 일부는 부작용 발생을 걱정해 접종 예약을 하지 않기도 했다.
문제는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백신 기피가 지속되면서 폐기하는 양도 많아진다는 점이다. 백신 폐기량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정부는 50세 이상에만 접종했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잔여백신에 한해 30세 이상에도 허용한 바 있다. 얀센 백신의 경우 1회 접종이라는 장점을 살려 지차체들이 거리 노숙인들에게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두 백신의 실제 의료 현장에서 두 백신의 폐기량이 많아지는 만큼 새로운 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방안 중 하나로는 해외 공여도 거론된다.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병의원 현장에선 백신 폐기가 계속되고 있다"라며 "얀센 백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돌파감염 빈도가 낮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인도적, 외교적 차원에서 백신 공급이 더딘 해외에 공여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취약계층이나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간격을 단축하는 대안을 내놓았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차 접종 8주 후 2차 접종 예약이 기본이지만 오는 28일부터 원하는 경우 4~12주 안에서 2차 접종 예약 날짜를 변경할 수 있다. 잔여백신 접종자에는 지금도 4~12주 접종 간격이 적용된다.
천 교수는 "미국에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4주 간격으로 접종해도 기존 예방효과와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라며 "취약계층이나 외국인 근로자에게 8주나 12주가 아니라 4주 간격으로 두 번 접종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얀센 백신은 다른 백신에 비해 돌파감염 우려가 가장 높고 예방효과가 낮은 점, 효과 지속 기간이 짧은 점 등을 고려해 사용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주장도 나온다.
마 위원장은 "돌파감염이 가장 많이 발생한 백신이 얀센 백신"이라며 "효과가 유지되는 기간도 짧아 앞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