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콘텐츠 '오징어게임'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글로벌 플랫폼의 영향력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창의적이지만 제작비 부담이 큰 콘텐츠에 글로벌 플랫폼이 투자로 힘을 보태는 '성공 방정식'을 보여줬지만, 망 이용대가나 수익 배분 구조 등과 관련해선 여전히 논쟁의 불씨가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6일 뉴욕증시에서 넷플릭스 주가는 5.2%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징어게임의 전세계적인 흥행이 올 상반기 둔화했던 넷플릭스의 구독자 증가세에 힘을 보탤 것이란 전망이 더해진 결과다. 넷플릭스의 지난 2분기 누적 유료 가입자는 2억918만명이었다. 전분기 대비 154만명 증가하는 데 그쳐 순증 가입자 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달 공개된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 서비스 국가 83개국에서 1위를 기록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수많은 밈(2차 창작 패러디물)을 생성하는 등 인기를 끌어 넷플릭스의 하반기 반등이 예상된다.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콘텐츠 '오징어게임'. 사진/넷플릭스
K-콘텐츠의 해외 진출 길을 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글로벌 플랫폼에 대해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각도 여전하다.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이 국내에서 져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표적인 게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논쟁이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달 말 넷플릭스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청구 반소를 제기했다. 올 6월 SK브로드밴드 승소로 끝난 1심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의 후속 조치로, 회사는 1심 판결을 통해 넷플릭스가 무상으로 이용하는 망 사용대가를 받겠다는 계획이다.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넷플릭스 망 트래픽은 2018년 5월 50Gbps 수준에서 지난달 1200Gbps로 24배 증가했다.
콘텐츠를 만들어낸 국내 제작사에 콘텐츠 수익이 공정하게 배분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5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은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에서 발생하는 초과 수익에 대해 다 인정하지 않고 약정한 금액만 지급을 인정하고 있다"며 "일정 초과 수익 부분에 대해 배우나 제작회사에 수익이 일정 부분 가야한다"고 말했다. 수익 배분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국내 콘텐츠 업계가 글로벌 플랫폼의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들이 지난달 30일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반환 청구 반소장을 법원에 제출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SK브로드밴드
이러한 지적에 넷플릭스는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망 이용대가와 관련해서는 넷플릭스가 자체 개발한 '오픈커넥트(OCA)'라는 캐시서버 프로그램으로 통신사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연주환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팀장은 이번 국감에서 "OCA를 통해 이용자는 좋은 서비스를 받고 통신사도 좋은 솔루션을 제공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수익 배분과 관련해서는 "창작자에게 정당하고 충분한 수익을 배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이번 국감에 앞서 '콘텐츠 사회경제적 영향력 분석 보고서'를 공개하고, 2016년 국내 진출 이후 5조6000억원 규모의 경제적 효과와 1만6000여명의 일자리 창출효과를 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망사업자와 창작자 등 실제 생태계 내 구성원 사이에서 넷플릭스의 사업방식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시장 조성자로서의 성과는 인정받아야 하지만, 글로벌 대형 플랫폼이 의무를 외면할 때 생길 생태계 악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넷플릭스가 장기적 관점에서 망·콘텐츠 생태계를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조대근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는 최근 발표한 '인터넷 망 이용의 유상성에 대한 고찰' 논문을 통해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소송의 쟁점인 인터넷 유상성을 논증하며 콘텐츠 사업자와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의 의무를 확립할 것으로 제안했다. 조 교수는 "최종이용자(개인·가정), 부가통신사업자 모두 약관·개별 계약에 따라 인터넷망을 이용할 권리를 얻음과 동시에 요금 납부 의무를 진다"며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는 요금을 수수할 권리를 가짐과 동시에 일정 수준의 품질로 역무를 제공할 의무가 있음을 제도적으로 확립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며, 현실적으로 필요성이 높다"고 밝혔다.
연주환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팀장이 지난 5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사진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