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연지 기자] 지난 8월 말 국내 은행의 연체율이 소폭 오르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출 만기 연장 등 정부의 금융지원을 고려하면 연체율이 과소평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0.28%로 전월 말(0.27%) 보다 0.01%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0.38%)에 비해서는 0.09%포인트 하락했다. 8월 중 신규연체 발생액은 1조원으로 전달보다 1000억원 증가했고, 연체채권 정리규모는 7000억원으로 2000억원이 늘었다.
금감원은 "은행이 분기 말에 연체채권 관리를 강화함에 따라 연체율은 통상적으로 분기 중 상승했다가 분기 말에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차주별 연체율로 보면 기업, 가계 모두 소폭 상승했다. 기업대출 연체율(0.36%)은 전월 말(0.35%) 대비 0.01%포인트 상승했다. 이 중 대기업대출 연체율(0.30%)은 전월 말(0.37%) 대비 0.07%포인트 하락했고, 중소기업대출 연체율(0.37%)은 전월말(0.34%) 대비 0.03%포인트 올랐다. 중소법인 연체율(0.50%)은 전월 말(0.46%) 보다 0.05%포인트 올랐고,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0.22%)은 전월 말(0.21%)에 비해 0.01%포인트 상승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기업은 기업 하나하나가 채권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진폭이 큰 편이고, 보통 중소기업은 분기 중에 오르고 분기 말에 떨어지는 형태를 보인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연체율(0.19%)은 전월 말(0.18%) 대비 0.01%포인트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0.11%)은 전월 말과 유사한 수준이었고,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신용대출 등)의 연체율(0.36%)은 전월 말(0.33%) 보다 0.03%포인트 올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연체율이 아주 급격히 오르지는 않았지만 현재 대출 상환 유예 등 금융지원을 해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체율이 늘고 있다는 것은 좋은 신호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성 교수는 "아직 금리 인상도 본격화되지 않은 상태"라며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봤을 때 실제로 나타나는 수치보다 조금 더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실 리스크 상승의 여지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체율이 잠재 리스크를 측정하는 도구는 아니다"라면서도 "만기 연장도 더 지원하기로 했고, 현재는 금융지원이 계속 유효한 상태지만 (지원이) 있을 때 보다 없을 때 건전성 지표가 더 안 좋아질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보면 당연히 (잠재 리스크) 가능성이 있고,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사진/뉴시스
김연지 기자 softpaper6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