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성남 기자] 회사의 성장을 이끄는 건 인재(人才)다. 수없이 많은 기업들은 인재를 찾기 위해 세계를 누빈다. <뉴스토마토>는 회사 성장을 이끌어가는 인재를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회사의 미래와 비젼을 점쳐본다. 잘 키운 인재 하나가 회사를 먹여 살린다는 고(古)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말처럼 인재를 통해 상장회사를 분석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보안데이터 업체인
파수(150900)의 고동현 국내사업 총괄 본부장(상무)은 기획과 마케팅 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정통 영업맨 출신이 아니다. 그럼에도 고 상무는 현재 파수의 국내사업을 총괄하며, 수주를 급격히 늘린 장본인으로 회사 내의 키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파수는 올해 3분기 2017년 이후 4년 만에 흑자전환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파수의 흑자전환 기여도 1위로 평가받는 고동현 상무의 영업 노하우에 대해 들어봤다.
고동현 파수 상무
음주가무 없는 영업맨이라는 게 사실인가.
술도 못하고, 담배도 하지 않는다. 영업이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른다. 영업을 영업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파수가 처음 영업을 본격화할 때 영입돼 저 역시 영업을 처음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웹서비스 기획을 주로 담당했다. 영업을 하게 된 이유는 영업직과 기획직의 '현실과의 괴리' 때문이었다. 기획은 책상머리에 앉아서 한다는 생각을 한번 한 적이 있다. 대학시절 친구들과 보안관련 사업 아이템을 갖고 창업을 했다. 회사도 꽤나 유명해졌다. 하지만 성장은 없었다. 그게 영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였다. 흔히 말하는 '탁상공론'을 내가 하고 있었다.
청년시절 창업 당시 실제 수익을 일으키지 못했던 이유는 마케팅과 기획은 있었지만, 영업이 없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우리가 만든 것을 막상 고객이 쓰려고 하면 필요한 기능이 없었다. 기획이 아무리 좋아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처음 영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음주가무 없이 영업을 성공하긴 힘들 것이라고 했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사실 영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방법은 몰랐다. 음주가무가 필수라는 '영업의 법칙'이 적용되던 시절엔 누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영업 경험이 없는데 어떻게 파수에 영업 인력으로 영입됐나.
파수로 오기 전에 기업용 웹하드 서비스를 제공하던 회사에서 대기업과 웹하드 사업을 위한 DRM(디지털저작권관리) 보안 관련 업무를 진행했다. 그때 당시 협업을 위해 파수의 자회사인 스패로우 장일수 대표를 처음 미팅을 통해 만났다. 업무 미팅 이후 1년 뒤에 장일수 대표가 파수의 영업직에 대한 제안을 했다. 첫만남도 그랬고, 영업직에 대한 제안도 그렇고 영업에 대한 경험이 없는 내게 왜 이런 제안이 오는지 의아했다. 기억으론 장 대표가 미팅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자사 제품을 어필하는 나의 모습에 대해 긍정적 평가(영업 잠재력)를 해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한 삼성그룹사쪽 협업을 통해 고객사를 많이 확보하고 있었던 인적 네트워크에 대해서도 긍정적 평가를 받은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으로 벌써 파수에 온지도 13년차다. 달리 말하면 영업한지 13년째다.
수동적인 영업맨으로 불리는데 계약이 나온다. 영업비결이 무엇인가.
파수에 처음 와서는 한달여 동안 혼자 회사에 앉아 있었다. 다른 영업사원과 달리 외근 일정이 없었다. 그 시간 동안 파수의 제품 메뉴얼과 기획팀(프리세일즈 조직)의 팀장에게 회사 제품 관련 궁금증을 물어보고 공부를 했다. 그러던 중 두달째 운이 좋게 어카운트를 하나 받았다. 아무래도 인바운드콜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그걸 통한 계약을 따낼 수 있었다. 최초 계약은 1700만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영업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 열심히 클라이언트를 만나고, 회사 제품을 설명하고 지난한 과정을 거친 이후에 계약이 떨어지기 때문에 특별한 비결이 있을 수 없다. 굳이 비결을 꼽자면 아마도 회사 제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해결해 줄 수 있는 파수 제품의 완성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경쟁사 대비 우월한 강점에 대해 클라이언트의 니즈에 맞춰 적극적인 어필을 한 것이 계약으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한다.
고동현 파수 상무
처음 파수에 왔을때 보다 고객사가 크게 증가했다. 이제 본격 성장의 단초가 마련된 것인가.
현재 파수가 보유한 고객사의 어카운트가 2000여개 정도다. 기존 고객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고객관리를 베이스로 한 추가 어카운트 확보에 유리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처음 상암동으로 회사가 옮겨왔을땐 '담당 어카운트'는 2개에 불과했다. 현재 회사 전체의 클라이언트가 2000여개가 됐으니 감개무량하다. 최초 나의 영업은 기존 클라이언트의 질의에 상당히 꼼꼼하게 설명해줬던 기억이 난다. 회사 마다 요구하는 것이 다르지만 커스터마이징을 안내하긴 보단 파수 제품에 맞는 방식의 보안 가이드를 제공해 진행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점을 어필했다. 타사가 영업을 위해 자사 제품의 커스터마이징을 강점으로 내세우면, 우린 우리 제품의 탁월한 경쟁력을 통해 실제로 보안 실무를 담당하는 인력이 필요한 부분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론 그게 먹혔다고 본다. 현재 경쟁사 대비 시장점유율이 50% 가까이 되고, 1위 사업자의 지배력 숫자가 그것을 증명한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파수 제품이 가진 큰 경쟁력은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하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돌려 말하면 고객사마다 요구하는 것이 다를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을 안한다는 것이다. 보안의 생명은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해야 하는데 과도한 커스터마이징이 진행되면 보안패치가 잘 먹히지 않고, 안정성이 떨어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보안제품의 생명인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효율성이 낮아진다. 이런 부분에 대해 고객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한다. 그리고 커스터마이징 보다는 보안 관련 가이드 라인에 대해서 회사가 원하는 부분을 맞춰 주려고 한다. 프로그램 자체를 손 본다기 보다는 실제 실무자가 파수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진행할 수 있는 컨설팅을 많이 한 것이 계약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일례로 도면 보안에 특화된 파수 제품을 통해 5년전 만도가 기존 경쟁사 제품 대신 파수 제품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도 회사의 니즈와 파수의 강점이 결합되면서 대규모 수주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판단한다.
빠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에는 새로운 보안 시장이 열린다. 마이데이터 사업과 관련해 파수의 실적도 우상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향후 보안 시장과 마이데이터 관련 전망을 해보자면.
마이데이터 사업도 4년전부터 비식별사업을 중심으로 준비하고 있다. 법적인 규제가 있었지만, 시장은 열린 상태다. 파수는 2016년 개인정보 비식별화 조치 가이드라인을 완벽 지원하는 개인정보 가명화 솔루션인 ‘애널리틱디아이디(AnalyticDID)’ 출시한 상태다.
마이데이터 사업과 관련한 금융권의 화두는 컴플라이언스 이슈다. 간단하게 말하면 공공기관의 공공데이타를 공개할 때 비식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예컨대 사업자 등록증의 공개가 개인정보라면 식별과 비식별 데이터의 분류가 필요하다. 스마트 도시 계획을 세우기 위해 전력 소비량, 차량 이동량 등에 대한 자료를 볼때 개인정보 식별이 가능한 정보의 영역에 대한 판단도 필요하다. 이런 부분에 대해 파수가 준비한 것이 개인정보 비식별화를 지원하는 개인정보 가명화 솔루션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파수의 비식별 솔루션 도입은 크게 증가할 것이다. 실제로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수집한 개인신용정보를 가명, 익명처리하면 기존 동의 받은 목적 외에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거나 판매, 중계 등이 가능하기 때문에 마이데이터 사업을 준비하는 대부분의 기업과 기관은 비식별 솔루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관련 시장 확대에 따른 매출 증가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더불어 마이데이터 사업자를 위한 컨설팅 사업과 금융권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의무적으로 부과되는 보안취약점 점검 체계 진단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전자금융 서비스 수준의 보안성 확보 의무 및 연 1회 취약점 점검 실시할 의무가 있다. 파수는 ‘정보보호산업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23조에 따라 지정된 정보보호 전문서비스기업이다. 때문에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보안취약점 점검을 지원할 수 있다. 이미 파수는 ‘전자금융기반시설 취약점 분석·평가 사업’을 다수 진행해 노하우를 축적한 상태다.
골프를 시작했다고 들었다. 골프영업을 통한 파수의 고성장을 기대해도 되나.
골프 구력과 실력이 늘어날 때마다 회사 영업에 대한 성과가 높아질 것으로 회사 대표께서 말씀하신다. 하지만 현재는 오히려 클라이언트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다. 처음 라운딩을 함께 했던 어느 사장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내가 공을 잘쳐야 고객의 공을 찾아줄 수 있다"고 했다. 현재 골프 수준이 동반자의 공을 찾아줄 수준은 안된다. 오히려 고객님들이 내 공을 찾으러 간다. 그래서 꾸준히 골프 연습을 하고 있다. 굳이 영업을 위해 골프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보안 사업의 미래를 궁금해 하는 클라이언트와 오랜 시간 업계와 관련된 대화를 나누기에 골프라는 운동은 상당히 비즈니스 친화적이기 때문에 시작하게 됐다. 2019년 5월에 처음 라운딩을 나갔고, 라이프 베스트는 82타다. 싱글패와 이글패는 아직 없다.
한편 2000년 설립된 파수는 세계 최초로 DRM 기술을 상용화 및 보급해, 국내외 데이터 보안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2000여개의 국내 기업 및 기관에 제품을 공급하며 높은 시장 점유율로 데이터 보안 1위 업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주요 사업 영역은 데이터 보안, 개인정보 비식별화 솔루션, 애플리케이션 보안, 엔터프라이즈 문서 및 협업 플랫폼, 정보보안 컨설팅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진본증명 플랫폼, 인공지능 메모앱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고동현 파수 상무
최성남 기자 drks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