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와 국민의힘이 대장동 사업 설계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이 후보를 엄호하기 위해 지원사격을 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민간 개발업자들에게도 이익을 배분하도록 설계했다고 공세를 폈다. 반면 이 후보와 민주당은 토건세력과 이명박·박근혜정부, 국민의힘이 애초에 민간 개발업자들에게 이익을 돌아가도록 법·제도를 만들며 유착한 사례를 조목조목 지적하며 반격했다.
"설계자는 나, 내부 이익 설계는 모른다"
이 후보는 18일 오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이영 국민의힘 의원이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단순 실무자라면, 설계자인 이 후보 역시 대장동 게이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주장하자, "대장동 설계자는 제가 맞다. 다만 행정투기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 의원은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대장동 사업 체결안이 포함된 25개 안이 의결됐는데 대장동 안건만 빼고 24건만 보고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당시 다른 건은 다 보고됐는데 대장동 깐부를 있게 한 사람들이 (대장동 문건을)누락한 이유는 무엇이며, 작정하고 당시 성남시장을 왕따시킨 이유가 무엇이냐"라고 따졌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국민의힘에서는)민간 사업자의 내부 이익을 나누는 설계를 마치 제가 한 것처럼 호도하고 하고 싶겠지만 제가 한 설계는 공공환수 내용, 절차, 보장책을 설계했다는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이 후보는 "확정 이익으로 해라, 먹튀 못하게 해라, 경쟁시켜라, 대형 금융기관 참여시켜라, 혹여 부정행위를 하면 다 환수하게 하자고 한 게 저의 설계"라며 "제가 이익을 (민간 사업자들에게)몰빵해줬다고 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며, 몰빵하자고 한 것은 국민의힘"이라고 맞받았다.
이 후보는 오히려 대장동 개발 사업 당시 국민의힘,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민간 토건세력에게 수천억원대 개발이익을 독식하도록 법·제도를 만들었다며 100% 공공개발 환수에 한계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민간 토건세력이 수천억원대 개발이익을 독식하지 못하도록 초과이익 환수제 도입, 부동산 상한제 등이 시행됐어야 이 후보의 논리가 맞다고 파고들었다.
이에 이 후보는 "분양가 상한제는 제가 아니고 국민의힘 정부인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일"이라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고 개발 부담금도 깎았고 택지를 임의로 취득할 수 있도록 한 상황에서 지자체장이 분양가를 묶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초과이익 환수제를 도입하지 못한 점에 대해선 "공모 단계에서 이미 확정이익을 제시했고, 그걸 전제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는데, 그 후에 실무 부서에서 이거 초과이익이 생기면 그 일부를 우리가 가지자는 내부 제안을 채택 안 한 게 팩트"라고 말했다.
이어 "공모 자체가 소위 청약이고, 응모한 게 승낙인데, 이 상태에서 집을 5억에 내놔서 5억에 집 사겠다고 온 사람한테 계약해놓고 나중에 잔금 치를 때 되니까 집값 올랐으니까 집값 오른 거 우리가 나눠 가지자고 하면 그렇게 하는 것이 사리에 합당하지도 않고, 그렇게 하면 협상이 안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감사원의 감사 자료에 의하더라도 이렇게 이미 공모하고 응모하게 돼 있는 상태에서 이걸 바꾸는 게 (오히려)징계 사항이라는 감사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단
아울러 이 후보는 이날 입국한 남욱 변호사의 그간 행적을 소개하며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도 설명했다. 이 후보에 따르면 남 변호사는 그간 민간 개발을 줄기차게 주장하다가 이 후보의 성남시장 시절 민관 합동으로 입장을 바꿨다.
이 후보는 "(남 변호사 등 민간 사업자들은) 민간개발을 선호해서 제가 떨어지면 절호의 기회가 오는 것이어서, 성남시장 재선 때 (제가)엄청 고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 변호사는 제가 시장 시절 방침이 토건세력 배제라고 하면서 뒤로 숨었다고 말했다"며 "저는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대형 금융사를 중심으로 구성하라고 했는데 (남 변호사 등 토건세력은)SK증권 6%에 숨었다"고 했다. 이어 "특정신탁은 공개 불가라 3중 차단막에 숨어있던 것"이라며 "검찰과 경찰 조사를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장모에게 개발이익 몰아줘" 역공
이 후보와 민주당은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이 양평군수 시절 공공개발을 하지 않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인척에게 개발이익을 몰아줬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이 후보는 "당시 양평군수가 지금 국민의힘 의원인데 LH 임대지구 사업 신청을 거부한 다음에 윤 후보 인척에게 개발사업권을 줬다는 (보도를) 봤다"고 했다.
앞서 양평 경실련은 올 초 2012년 LH가 공흥지구 일대에 국민임대주택사업을 추진했지만, 양평군이 반대한 뒤 6개월 만에 윤 후보 장모 측이 신청한 도시개발사업을 승인해, 800억원의 개발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공흥지구는 도시개발사업 인가 기한을 1년 8개월 넘겨 준공됐는데, 양평군은 준공 한 달 전 뒤늦게 기간 연장을 고시하면서 2년을 소급 적용한 것으로 나타나 특혜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행정가, 법률가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사업시행인가 기간이 지나면 실효된다"며 "당시 양평군수는 실효된 다음에 소급해서 연장해 줬는데 이는 있을 수 없는 불법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쪽 (사업 신청을) 막고, 즉각 (인가) 해줘서 개발 이익을 취하게 한 건 명백히 특혜 행정"이라면서 "수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유동규, 가까운 사람 맞아…수치스럽고 죄송"
이날 오후 질의에서는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 구속과 관련해 이 후보의 공식 사과도 있었다. 이 후보는 "지금 (유 전 사장이) 측근이냐, 아니냐 논란이 있는데 법률상 개념이 아니라 정확하게 정의를 할 수 없지만 (유 전 사장이) 선거를 도왔던 것도 사실이고 경기도 업무를 맡긴 것도 사실이라 가까운 사람인 것은 맞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수시로 뭔가 상의하는 사이는 아니고, 경기관광공사 사장 시절 3800억원을 출자해달라고 해서 관리가 안 될 수 있다고 했더니 사표를 던지고 나가버렸다"며 "그럼에도 제가 일을 맡겼던 부하 직원들 중 하나라 청렴을 강조했고 노력해왔는데 수치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주변에서 인사 문제가 벌어져서 정말로 죄송하다는 말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단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