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올해 연간 수익이 1조원을 넘어서는 증권사가 가장 많이 출현할 전망이다. 거래대금 증가로 이미 상반기부터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3분기부터는 IB(투자은행)에서 굵직한 성과를 올리고 있어서다. 유동성 축소 우려가 증권가를 짓누르는 위험 요소로 작용하고 있지만 IPO(기업공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이 증권사 실적에 버팀목이 될 전망이다.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증권사(3곳 이상 추정치가 있는 곳) 가운데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 총 5개사가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증권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6조4901억원이다. 이는 전년보다 무려 47% 가량 급증한 수치다.
이미 NH투자증권은 증권사 첫 영업이익 1조 클럽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조601억원으로 3분기만에 1조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으로 7000억원대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빠른 성장세가 눈에 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최근 시장의 거래대금 감소와 변동성 확대에도 3분기 양호한 실적을 실현했다”며 “특히 당기순이익의 경우 시장 전망치(2026억원) 대비 5.6% 증가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전년과 비교해 이익 급증이 가장 높은 증권사는 삼성증권이다. 올해는 작년 영업이익(6780억원) 보다 79% 급증한 1조2144억원으로 예상된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견조한 채무보증 잔고 증가 등 IB 부문의 성과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어 수익원의 다변화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보수적인 채권 운용전략으로 금리 상승 구간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채권평가손익 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뒤를 이어 한국투자증권이 주력인 한국금융지주(74.1%)의 이익 증가도 돋보인다. 한국금융지주는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추정 영업이익(1조4240억원)보다도 높은 1조4912억원으로 예상돼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이익이 기대되고 있다. 이 외에 키움증권은 작년 1조원에 못미쳤던 아쉬웠던 실적을 올해 해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키움증권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1조968억원으로 예상돼 턱걸이 달성이 추정된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호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주요 시장지표가 둔화되면서 업황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최근 일평균 거래대금은 26조3000억원으로 최근 8개 분기 만에 처음으로 전년보다 감소세로 전환했다. 9월말 기준 신용공여잔고는 24조8000억원으로 전년 보다 55.2% 증가했지만 6월부터 20조원 중반대로 정체된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업황 둔화보다는 증권사의 밸류에이션과 IB(투자은행) 수익, 부동산 등의 추가 수익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홍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동성 축소 전망이 증권업종에 비우호적임은 사실이지만 현재의 밸류에이션은 매우 매력적으로 판단한다”면서 “여전히 브로커리지 지표의 절대 수준이 높은 점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이미 시장 금리에 상당 수준 반영됐고 △부동산 PF 등 IB 부문 호조 지속 △코로나19 완화 시해외 실사가 재개되는 점을 감안했을 때 실적 둔화에 대해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IPO(기업공개)로 증권사의 실적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현대중공업, 롯데렌탈 등 대규모 IPO 지속되며, 주식발행시장(ECM) 부문에서의 실적 호조가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일부 대형사의 경우 IPO 과정에서 보유 지분 차익 등을 인식하면서 수익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는 증권사가 5곳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사진/신송희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