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최근 기자들을 피해 다니기 바쁘다. 이 후보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기자들은 그의 한 마디라도 듣기 위해 쫓아다니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때아닌 숨바꼭질이 연출되는 상황.
이 후보가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기 시작한 시점은 자신의 말실수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어 보인다. 이 후보는 지난 3일 만화의 날을 맞아 K-웹툰 현주소를 살피기 위해 '3B2S 웹툰제작소'를 찾았다. 그는 작품들을 살피다가 '오피스 누나 이야기'라는 작품 앞에 서서 "제목이 확 끄는데요"라며 웃어 보였다. 제작소 관계자는 당황한 듯 "성인물은 아니다"고 했고, 이는 곧 이 후보의 성인지 감수성 논란을 야기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이 후보는 자신의 최측근인 정진상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이 대장동 의혹에 연루된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부사장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곤란함이 더해졌다. 그것도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이라 야당과 보수언론은 '증거인멸 지시' 등 숱한 의혹들을 제기했다.
평소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 거칠 것 없던 이 후보가 방어적 태세로 돌변한 것이 바로 이 즈음이다. 이 후보는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세미나에 참석했다. 당시 현장에는 이 후보의 정치 현안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20여명의 취재진이 2시간 가까이 대기 중이었다. 통상 후보들은 일정을 마치고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에게 즉석에서 질문을 받고 답하는 형식의 백그라운드 브리핑(백블)을 진행한다. 물론 의무사항은 아니다.
이날도 이 후보는 기자들 질문에 답하지 않고 30초도 되지 않아 엘리베이터에 서둘러 탑승했다. 보통 국회의원이나 보좌진 등은 의원회관 공용 엘리베이터를 통해 이동한다. 하지만 이 후보는 이날 기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접근성이 낮은 화물용 엘리베이터에 재빨리 탑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자들은 이 후보가 이동하는 중에도 따라붙어 여러 질문들을 던졌지만 끝내 아무런 답도 들을 수 없었다. 이 후보는 도망치듯 빠르게 걸었고, 기자들은 발이 밟히고 카메라에 몸이 치이는 등의 상황에 놓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과에서 열린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단
심지어 선대위는 일정 중 대변인단의 백블 진행 여부조차 사전에 공지하지 않아 '불통 정치를 자처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대변인단은 공식적인 입장을 전달하는 '후보의 입'이다. 당초 선대위에서는 기자들에게 이 후보에게 직접 묻지 말고 대변인단에게 질문할 것을 요청했다. 이 후보의 말실수가 잦아지자 대변인단을 통해 안전하게 대선을 관리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변인단조차 백블을 제때 진행하지 않으면서 선대위와 기자들 간의 불통의 벽이 높아지고 있다.
이 후보가 이처럼 기자들의 질문을 거부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일 '주식시장 발전과 개인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간담회'에서부터다. 전날 문제의 발언이 터졌고, 공교롭게도 이날 아침에는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에 정 부실장과 통화했다는 사실이 최초로 보도되기도 했다. 이날 이 후보는 기자들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은 채 빠른 걸음으로 도망치듯 차에 탑승했다. 기자들의 원성이 터져 나왔다.
이후에도 이 후보는 기자들과의 접촉 자체를 줄였다. 이 후보가 무응답으로 일관하면서 매 일정마다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대구 일정에서는 이 후보를 직접 취재할 수 있는 기자 인원을 소수로 제한했고, 이마저 인파가 몰리면서 취재가 불가능하다시피 됐다. 20여 매체가 이 후보의 한 마디를 듣기 위해 대구로 향했지만 결과는 무일푼이었다. 이 후보 마크맨인 한 기자는 "기자들이 국민을 대신해서 질문을 하는 것인데, 대선후보가 질문에 도망다니면 어떻게 하냐"며 "불통 정치의 끝판왕"이라고 말했다. 다른 기자도 "대변인단 백블도 공지를 하지 않아 이 후보 측에 질문할 기회 자체가 없다"며 "대선후보를 검증해야 할 언론에게 질문을 못하게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불쾌감을 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과에서 열린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단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