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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임의제출한 휴대전화 속 다른 범죄 증거…영장 다시 받아야"
대법 전합 "제출자 의사 불명…증거능력 없어"
입력 : 2021-11-18 오후 6:04:56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피해자가 임의제출한 피의자의 휴대전화에서 기존에 조사 중이던 범죄 이외의 다른 범죄 증거가 발견됐다면, 이에 대한 별도의 법원 영장 발부와 피의자 참여가 있어야만 증거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8일 제자들을 준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대학교수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이번 사건의 쟁점은 경찰이 피해자 B씨에 대한 A씨의 범죄를 조사하기 위해 B씨로부터 임의제출 받은 휴대전화에서, B씨에 대한 범행 전 C·D씨를 대상으로 한 범죄 증거까지 추가로 발견하면서 발생했다. 경찰이 사전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은 A씨에 대한 범죄부분 뿐이었다. 
 
A씨와 피해자들은 모두 사제지간으로, A씨는 2014년 12월 제자 B씨가 술에 취해 잠든 사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B씨의 특정 신체부위를 몰래 촬영하다가 들켰다. B씨는 현장에서 A씨의 휴대전화를 뺏어 경찰에 임의제출했다.
 
경찰은 B씨에 대한 범행 관련 사진 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A씨가 2013년 제자 C·D씨를 상대로 똑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법원으로부터 추가로 영장을 발부받거나 분석 과정에서 A씨의 참관 없이 C·D씨에 대한 범죄증거를 특정한 뒤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도 이에 대한 검증 없이 A씨를 B씨 등 3명에 대한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3명 모두에 대한 범죄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B씨에 대한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피해자 B씨에 대한 혐의사실 관련 증거확보를 위한 탐색 과정에서 그와 무관한 증거를 발견하고도 즉시 탐색절차를 중단한 후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은 뒤 피의자에게도 참여권을 보장해야 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던 피해자 C·D에 대한 영상물은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사후에 영장을 발부받았더라도 이런 절차적 하자는 치유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A씨와 검찰의 쌍방 상고로 열린 대법원 판단 역시 같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부는 대법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B씨가 경찰에 피고인의 휴대전화를 증거물로 제출할 당시 그 안에 수록된 전자정보의 제출 범위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고, 담당 경찰관들도 제출자로부터 그에 관한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은 이상, 휴대전화에 담긴 전자정보의 제출 범위에 관한 제출자의 의사가 명확하지 않거나 이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휴대전화에 담긴 전자정보 중 임의제출을 통해 압수된 범위는 임의제출 및 압수의 동기가 된 피고인의 2014년 범행 자체와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는 전자정보로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범죄 발생 시점 사이에 상당한 간격이 있고, 피해자 및 범행에 이용한 휴대전화도 전혀 다른 피고인의 2013년 범행에 관한 동영상은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의 동기가 된 2014년 범죄혐의사실과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 있는 전자정보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기관이 사전 영장 없이 이를 취득한 이상 증거능력이 없고, 사후에 압수·수색영장을 받아 압수절차가 진행되었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면서 "2013년 범행을 유죄로 인정한 1심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판단은 옳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피의자로부터 직접 압수하든 임의제출을 받든 형식을 따지지 않고 법원 영장발부와 관계인 참관 없이 확보된 휴대전화 속 증거물들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번 판결은 이런 법리가 피해자로부터 임의제출 받은 경우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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