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올해 하이브리드차가 18만대 가까이 팔리며 친환경차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전환이 빨라지고 있지만 아직 충전 인프라가 불편한 만큼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장점만을 모은 하이브리드차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국내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17만8299대로 전년 동기 대비 46.2% 증가했다.
기아 2세대 '니로'. 사진/기아
올해 싼타페·투싼·스포티지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가 판매량 확대를 이끌었다.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로 2만7917대가 팔려 전년 동기 대비 57.5% 늘었다.
수입 하이브리드차 역시 올해 1~10월 6만96대가 팔려 전년 동기 대비 150.3% 급증했다. 역대 최다인 지난해 3만5988대를 넘어섰다.
하이브리드차가 인기를 끄는 건 아직 전기차의 충전 인프라와 주행거리 등이 아직 소비자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친환경을 지향하면서 연비는 좋고 중고차 가격도 높게 받을 수 있는 등 여러가지 장점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 많이 판매될 것"이라며 "다만 앞으로 전기차의 단점이 사라지고 보급 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전기차의 득세 정도에 따라 하이브리드 차의 수명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들의 하이브리드차 라인업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기아는 내년 1분기 2세대 '니로'를 출시할 계획이다. 르노삼성차도 내년 XM3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이기로 했다.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한 정부의 세제 혜택도 연장됐다. 정부는 올해 말 일몰 예정이었던 하이브리드 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개별소비세 면제 혜택(한도 100만원)을 내년 말까지 유지할 방침이다.
다만 환경부가 2023년부터 하이브리드 차를 친 환경차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따라서 내년 하이브리드 차를 구매한다면 출고 기간이 긴 차종의 경우 세제 혜택을 못 받을 수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빠른 전기차 전환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이브리드차 지원을 확대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이브리드 차는 전동화 과정에서 내연기관차의 현실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 산업계와 부품업계의 충격을 줄여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감출률 40%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전기·수소차 450만대와 함께 하이브리드 차 400만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문제는 전기·수소차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역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국내 업계의 2030년 전기·수소차 누적 생산 대수를 300만대 밑으로 보고 있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 등 외국계 기업은 2025년까지 전기차 생산 계획이 없어 2030년에는 전량 수입이 불가피하다.
자동차업계는 결국 정부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수입 전기차에 의존해야 하는 만큼 친환경차 보급 속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내연기관차 생산이 위축되면 부품업체들의 경영이 악화하고 일자리가 급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산업부 역시 전기차의 경우 인프라가 부족하고 수소차는 차종이 '넥쏘' 한 종에 불과한 만큼 친환경차에 하이브리드차를 포함시킨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에 대한 정부의 다양한 지원정책이 나오고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하이브리드는 인센티브가 굉장히 축소되고 있다"며 "전기차 일변도의 정책에서 탄소중립에 도달하기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탄소중립의 방향은 맞지만 속도의 문제다"고 말했다.
업계는 현재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출고까지 10개월 이상 걸리고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도 장기화하는 만큼 개소세 감면 혜택을 더 연장해야한다고 지적한다. 국회는 오는 29일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감면 특례 적용기한 연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